[Viva EXPO] 잠깬 중국의 포효②

2010년 상하이박람회

건물 전체를 감싼 3만8000개의 작은 픽셀은 마치 전조각에 수를 놓아 만든 조각보처럼 아름다워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모든 것은 엑스포로 통한다”

상하이엑스포는 2002년 12월 3일,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BIE 총회에서 개최가 확정되었다. 이후 약 7년간 중국 정부는 엑스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것은 엑스포로 통한다(一切始于世博)”는 구호 아래 상하이를 세계 최대 일류 도시로 뒤바꾸려 노력했다.

상하이 박람회장은 그 규모의 방대함부터 ‘중국적’이라는 수사에 걸맞았다. 박람회장은 상하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황푸 강 난푸 대교와 루푸(盧浦) 대교 사이 동서 양안에 마련되었다. 푸둥 3.93제곱킬로미터의 주 전시장과 푸시(浦西) 1.35제곱킬로미터의 보조 전시관 등 총 5.28제곱킬로미터 규모였다. 이는 상하이시 전체의 1%, 서울 여의도 3분의 2 면적으로 역대 엑스포 박람회장 중 최대 규모였다. 지붕이 있는 실내 공간만 3.28제곱킬로미터에 달했다. 최근의 등록박람회와 견줘보자면 2005년 아이치박람회장보다 2.6배, 2000년 하노버박람회장보다 3.3배 넓었다.

박람회장 부지는 원래 낡은 철공소와 조선소, 방직 공장 등이 있던 낙후 지역이었다. 엑스포 개최가 결정되자 상하이 시 당국은 공장 270여 곳과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대대적인 개발 사업을 벌였다. 중국 정부와 상하이 시는 지하철 건설 등 기반 시설 투자 외에 박람회장 건설비 180억 위안, 사업운영비 106억 위안 등 총 286억 위안(4조6300억 원)의 직접 예산을 투입했다.

박람회장은 관람객의 동선과 인지도, 접근성 등을 종합해 5개 층면 구조로 조성되었다. 야외 휴식 공간인 원(園), 실내 공간인 구(區), 5개 대규모 구역(zone)을 뜻하는 편(片), 12개 대형 전시관 그룹이 조성된 조(組), 26개 전시관 클러스터가 들어선 단(團) 등이 그것이다. 5개 구역 A, B, C, 3개 구역은 푸둥에, 나머지 D, E 구역은 강 건너 푸시에 속했다.

중앙 진입로인 엑스포대로(Expo Boulevard) 주변의 A구역은 중국·한국·북한·일본관과 중국 각 성 및 서아시아 전시관으로 구성되었다. B구역에는 엑스포 센터와 문화 센터, 주제 전시관,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 전시관이 들어섰다. 엑스포 센터는 연면적 14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대형 컨벤션 센터로 개막식과 폐막식을 비롯해 각종 국제 포럼이 열렸다. 엑스포대로 동쪽의 문화 센터 공연장은 수용 인원 1만 8000명, 연면적 12만 6000제곱미터 규모로 세계 최초의 360도 가변형 무대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중국 전통 연희와 세계적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중국관과 엑스포 센터, 문화 센터, 주제 전시관 등 5개 건물은 엑스포 이후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영구 건물로 지어졌다.

루푸 대교 서쪽 C구역에는 유럽과 미주와 아프리카의 전시관과 10헥타르에 이르는 놀이 공원이 들어섰다. 루푸 대교 건너 D구역과 E구역은 도시 개발 등을 다룬 주제 전시관과 코카콜라, GM, 시스코, 중국 석유 공사, 한국 및 일본 기업의 공동 전시관 등 기업 전시관에 할애되었다. 박람회장으로 개발되기 전 오염 배출 업소가 많아 상하이 시가 집중 관리하던 이곳은 환경 개선을 통한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이라는 주제를 살린 현장이기도 했다.

상하이 시 당국은 엑스포를 앞두고 교통 기반 시설로 199킬로미터에 이르는 지하철 노선을 증설했다. 이로써 1982년에 처음 건설된 상하이 지하철은 총연장 420킬로미터로 늘어나 뉴욕·런던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철을 가진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훙차오(虹橋) 신공항과 푸둥 국제 공항 증설, 쑤퉁 대교·창장쑤이 교 건설 등 건설 사업에도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다.

친환경 도시를 모토로 내세운 상하이 엑스포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내걸고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했다. 박람회장 교통수단도 수소·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활용했다. 엑스포 대로에는 높이 42미터의 거대한 태양열 집열관 6개를 설치해 낮에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밤에 발광다이오드(LED)로 빛을 내게 했다. 지하 상가 조명도 태양열 발전으로 공급했다. 행정 지원관인 엑스포 센터는 외벽을 유리와 도자기판 등 여러 가지 건축재로 만들고 태양 에너지, 지열 펌프, 빗물 수집 등 녹색 기술을 활용하여 공기가 통하면서도 자외선 투과를 최소화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냈다.

상하이 엑스포는 영상 기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 박람회장 전체를 3D 입체 영상물로 선보이는 온라인 가상 엑스포를 구축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가동해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각 전시관을 향해 대면 화면에 해당 전시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온라인 인프라는 정보 통신이 고도화한 현대에도 세계박람회가 국가브랜드와 신기술, 문화 콘텐츠가 각축을 벌이는 경연장이 되고 있는 중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전통미와 첨단 기술에 찬사 쏟아진 한국관

중국관과 함께 A구역에 조성된 한국관은 연면적 7683제곱미터로 국가 전시관 중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황푸 강 선착장과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났다. 건물의 형태 자체가 ‘ㄱ’ ‘ㄷ’ 등 한글 자모음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모습이었다. 외벽에 여러 모양의 한글 문장을 새긴 세련된 감각의 건물이었다. 재미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하고, 강익중의 설치 예술 픽셀아트로 외부를 장식했다. 건물 전체를 감싼 3만 8000개의 작은 픽셀은 마치 천 조각에 아름다운 바느질 수를 놓은 것처럼 보여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관 내부는 21세기 한국의 도시 문화와 기술을 체계적으로 선보였다. 1층에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홍보 전시관이 마련되었다. 테마 전시 공간 연결 통로에 비치된 터치 스크린 전시와 옛 동전을 모아 만든 금란지교 나무, 3D 애니메이션과 퍼포먼스를 결합해서 만든 뮤지컬 멀티미디어 영상 코러스 시티, 대중 음악 및 전통 음악 공연장 등을 통해 관람객들은 한국의 전통 문화와 첨단 기술에 흠뻑 빠져들었다.

국가관 외에 푸시지구의 한국 기업 연합관과 서울시관에서도 한국을 만날 수 있었다. 공동 기업관은 금호아시아나, 두산, 롯데, 삼성전자, 신세계이마트,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효성, LG, SKT, STX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참여했다. 한국 무역 협회는 ‘그린 시티, 그린 라이프,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개념 아래 총사업비 299억 원을 투입해 환경과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룬 전시관을 지었다.

한국이 국제 박람회에서 기업 전시관을 지은 것은 개최국이던 1993년의 대전 엑스포를 빼고는 상하이가 처음이었다. 농악대의 상모돌리기 춤사위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형상화한 건물로, 밝은 상아 색조로 외벽을 마무리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조성했다. 밤이면 10여 가지 색깔로 변신하는 조명등이 색상 당 30초에서 1분 동안 화려한 조명 쇼를 연출했다. 전시관을 짓는 데 재료로 사용된 합성 수지는 상하이 엑스포의 폐막 이후 전시관이 철거될 때 수거되어 쇼핑백 등을 만드는 데 재활용되었다.

한국 기업관의 핵심 전시물은 세계 최대 ‘원통형 멀티미디어 쇼’였다. 전시관 2~3층에 LCD 모니터 192개로 높이 6미터, 길이 14미터의 원통형 화면을 설치해 한국 기업의 각종 홍보 영상을 멀티미디어로 상영했다. 전시관 1층은 기둥만 세우고 비워둬 관람객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게 했다. 한쪽 벽면에는 5만 개의 거울을 붙인 전광판을 설치해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725만 명으로 52개 국가관 중 중국관 다음으로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4만여 명, 박람회장에 입장한 10명 가운데 1명꼴로 한국관을 관람한 셈이다. 한국관 운영 기관인 코트라(KOTRA)가 목표로 설정했던 600만 명을 125만 명이나 초과 달성했다. 역대 엑스포 한국관 관람객 최고치이기도 했다. 이때까지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엑스포 한국관은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때의 350만 명이었다.

유력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5월 1일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한국관 개막식에 참석한 데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리커창 중국 상무부 총리 등 중국 고위 인사, 이브 레테름 벨기에 총리,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 통화 기금(IMF) 총재 등 많은 요인들이 한국관을 찾았다.

한국관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 한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관 입장하기가 한국 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한국에 갈 수 있지만 한국관을 관람하려면 보통 서너 시간은 줄을 서야 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평균 대기 인원 4000명으로 상하이 엑스포 조직위가 집계한 국가관별 관람 대기 시간 순위에서도 100퍼센트 예약제로 운영된 중국관을 제외하고는 한국관과 일본관이 항상 앞서 있었다.

세계 여러 언론이 한국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박람회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첫 번째로 한국관 모습을 소개했다. 중국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도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할 10대 엑스포 명소’ 등으로 한국관 특집을 앞 다퉈 다루었다. 매 시간마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부채춤, 북 연주, 비보이 공연 등 볼거리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꾸민 전시물, 세련되고 친절한 홍보 도우미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엑스포 기간 중 한국의 날(5월 26일)과 한중 수교 기념일(8월 24일), 그리고 한국 민속 주간(9월 19∼23일)에는 국악, 태권도, 패션쇼 등을 주제로 한 특별 행사가 열렸다. 한국관은 2200회에 달하는 각종 공연과 시식 행사, 전통 문화 및 첨단 기술 전시물 등을 통해 중국에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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