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EXPO] 잠깬 중국의 포효①

2010년 상하이박람회

개막식 불꽃 쇼 모습. 푸둥의 고층빌딩과 황푸강 위에서 대기 중이던 15척 선박에서 무려 10만여 발의 폭죽이 초당 약 70발씩 30분간 계속 발사되면서 축제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중국이 나아갈 미래를 알고 싶다면 엑스포 중국관 앞에 서보라……. 당신이 전시관을 돌아보며 느낀 것이 당신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2010년에 열린 상하이엑스포를 소개한 한 중국 언론의 자부심 넘치는 제안이다. 개최 기간 내내 밤낮없이 많은 인파로 붐빈 중국 전시관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의 자부심만큼이나 웅대한 스케일이었다.

건물의 모양은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지붕이 곧 하늘로 치솟을 듯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붉은색 목조 기둥과 지붕은 조명에 힘입어 더 강렬한 색채감을 내뿜었다. 바로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중국홍(中??)’이다. 지붕 중앙에서는 ‘빛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목조 건물의 처마를 단순화한 여섯 겹의 지붕은 가분수의 형상인데도 불안하기보다 오히려 하늘을 지탱하고 선 느낌이었다.

공사 중인 중국 국가관.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중국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에서 당선된 허징당 교수가 설계를 맡았다.

중국의 미래로 통하는 ‘동방의 관’

상하이박람회 중국관은 ‘동양의 왕관(?方之冠)’ 모습을 본떴다. 2년의 건축기간을 들여 지은 영구 보존용 건물이다. 풍요를 상징하는 웅장한 역의 사다리꼴 지붕은 56개 내쌓기(bracket) 지붕 구조물로 중국의 56개 민족을 나타냈다. 이 지붕 아래 6만 8000제곱미터의 거대한 전시장이 꾸며졌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 도시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2만 제곱미터의 국가관, 4만 5000제곱미터에 달하는 성·직할시·자치구 지역관, 3000제곱미터에 달하는 홍콩·마카오·대만관이 각각 들어섰다.

중국관 내 전시 공간 배치는 전통 도시 건축의 질서를 원용했다. 국가관은 하늘을, 지역관은 땅을, 관 모양의 지붕은 풍요를 상징했다. 국가관의 좌우 대칭 공간과 지방관의 트인 공간을 통해 국가의 질서와 윤택함을 나타냈다.

이 전시관은 2007년 4월 전 세계 중국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공모해 당선된 중국 공정원(工程院)의 허징당(何?堂) 교수가 설계를 맡았다. 건축 양식은 중국 전통 목조 건축의 두공(斗拱) 기법을 채택했다. 두공은 기둥과 대들보를 연결하는 깔때기 모양의 구조물로 대들보의 하중을 분산함으로써 기둥간격을 최대화해 넓은 실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공법이다. 목조 건물의 친환경성과 현대 건축 기술의 창조적 성과를 결합하여 조형미와 상징성, 실용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관은 층별로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었다. 핵심 전시 구역은 49미터 높이에 자리 잡은 ‘동방의 발자취(?方足迹)’였다. 최첨단 영상 기술을 동원해 수백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청명상하도(?明上河?)’ 풍경을 벽면에 투사한 전시물이다. 41미터 높이에 배치된 ‘지혜의 여행(智慧之旅)’은 심미적 무대효과를 통해 관람객들이 중국 고대 건축물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33미터 높이의 ‘피어나는 도시(?放的城市)’는 미래 감각의 편안한 공간을 표현함으로써 도시 발전에 대한 중화의 지혜와 엑스포의 주제를 구현했다.

중국은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세계인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이 전시관에 집약했다. ‘동방지관, 정성중화, 천하양창, 부서백성(?方之冠,鼎盛中?,天下粮?,富庶百姓), 즉 동방의 관으로 중화의 융성함을 드러내고, 천하의 곡식 창고로 백성을 두루 풍요롭게 한다’는 설계 이념이 그것이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온 개혁 개방 30년의 성과를 집약한 언표라 아니할 수 없다. 외부 벽면에는 34개 왕조와 34개 성·시·구 명칭을 새겨 중화 역사의 유구함과 지역적 광활함, 지역 간의 단합을 과시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박람회로 국운을 일으켰듯이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세계를 향해 포효했다. 굳이 ‘G2’ 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중국이 거대한 자체 시장을 가진 슈퍼 파워임을 온 세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각에선 중국이 ‘강대국관’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경계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상하이박람회는 중국의 전통문화와 경제·산업적 역량, 중국의 역사와 현재가 한꺼번에 돌출된, 그 자체로 ‘전시된 중국’이었다. 그런 만큼 중국이 장차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를 보여주는 시연회이기도 했다.

기둥과 대들보를 연결하는 깔때기 모양의 구조물로 완성된 중국관은 대들보의 하중을 분산시켜 기둥 간격을 최대화함으로써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목조 건물의 친환경성과 현대 건축기술의 창조적 성과가 결합해 탄생시킨 건물이다.

불꽃쇼로 막 오른 184일 대장정

상하이엑스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중국 특유의 화려한 불꽃 쇼와 함께 막이 올랐다. 박람회 주제는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삶(Better City-Better Life)’이었다. 2010년 4월 30일 저녁 8시10분, 상하이 황푸(黃浦) 강변 박람회장 안에 은빛 비행접시 모양으로 만들어진 엑스포 센터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 행사는 중국의 유명 소프라노 쑹주잉(宋祖英)과 홍콩 배우 청룽(成龍)이 함께 부른 ‘화합의 노래(和解歡哥)’로 시작되었다. 조선족을 포함한 56개 소수 민족 전통복장을 입은 무용수들이 민족 화합을 형상화한 춤을 선보였다.

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개막한다”고 선언했다. 개막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으로 피아니스트 랑랑, 저우화젠 등 중국 음악인과 이탈리아의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일본 가수 다니무라 신지, 뉴질랜드와 아프리카 전통 공연단 등이 세계의 화합과 우정을 노래했다. 개막식을 지켜본 각국 언론인들은 중국 특유의 색채가 지배적이던 베이징올림픽 개막 행사와 달리 세계인의 화합과 조화, 우정이 강조됐다고 평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개막식에 이어 개막 행사의 절정인 불꽃놀이가 포문을 열었다. 박람회장 남쪽 황푸 강변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조명, 연막, 분수, 거대 발광다이오드(LED) 벽 등이 일제히 가동되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십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밤하늘을 수놓은 빛의 향연에 환성을 터트렸다.

푸둥(浦?)의 고층 빌딩과 황푸 강 위 15척의 선박에서 10여 만 발의 폭죽이 초당 70여 발씩 30여 분간 발사되면서 축제의 열기를 달궜다. ‘EXPO’라는 영문 글자와 오각형 별을 포함한 300여 종의 불꽃 무늬가 밤하늘에 새겨졌다. 상하이의 상징인 468미터 높이의 둥팡밍주(?方明珠) 탑에서 황푸 강에 이르는 3.3킬로미터 구간의 하늘은 황홀한 빛으로 가득 찼다. 불빛은 서구 열강의 침탈에 시달렸던 와이탄(外?)의 서양식 고건물과 50층 이상의 건물만 3000개가 넘는다는 푸둥 마천루 숲까지 파란만장한 상하이의 어제와 오늘을 훤히 비췄다.

상하이는 도시 전체가 온통 축제장이었다. 화이하이루(淮海路) 등 도심 거리엔 오성 홍기가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에 빛났고, 고가 도로와 육교마다 엑스포 장식과 환영 문구가 내걸렸다. 엑스포 엠블렘과 마스코트인 하이바오(海寶)가 거리를 뒤덮었다. 상하이 시는 노동절 연휴를 포함하여 4월 30일부터 5일을 연휴로 정해 엑스포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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