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언어능력 초등생 이하, 그래도 사과는 제대로 해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말도 아닌 일들이 이 나라에 벌어지고 있다. 며칠을 두고 비선실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회견을 비롯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부정 등이 들끓고 있다. 나라꼴이 영 말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결국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사과는 변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관계의 앞뒤도 맞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해 “과거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저를 도와준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인연을 부인하던 최순실씨와 절친한 사이임을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씨가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그 관계를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러한 ‘국정농단’을 최씨와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벌어진 일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정황들만 종합해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는 단순히 사적인 관계가 아니다. 특히 최씨가 관여한 것은 단순한 홍보성 자료를 넘어선 중대한 국정 자료였다.
10월24일 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PC컴퓨터에서 발견한 200여 개의 파일 안에 들어있던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발언문 44개를 분석한 결과 최씨가 박 대통령의 원고를 미리 받아보고 일부 수정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는 2012년 12월 31일 공개된 박 대통령의 첫 신년사와 2013년 5월 18일 있었던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비롯해 국무회의 발언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2014년 3월 드레스덴 연설문도 최씨가 미리 원고를 받아보고 일부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지지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연설문은 극비의 보안 속에서 작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비선인 최씨가 먼저 들여다봤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최씨에 대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드레스덴 연설문이 작성된 시기는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을 때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1년이 넘도록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최씨는 청와대 인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대통령의 여름휴가 직후 열릴 국무회의를 앞두고 최씨가 미리 받아 본 것으로 보이는 ‘국무회의 말씀자료’에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사안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고 JTBC가 보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도 못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는 ‘국기문란’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천명했다는 점도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태도와 비교된다. 2014년 11월 당시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를 공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유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국기문란’이란 발언은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렇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책임론은 더욱 커지고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책임을 뭇고 있는 형국이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구중궁궐에 살아서 그런지 말을 할 때와 들을 때를 공부할 기회가 적었던 모양이다. 1분 30초간의 짧은 사과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을 감쌀 때가 아니고 지금은 분명 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을 말을 할 때다.
참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한없는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인연 복이 너무나 박복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총탄으로 잃고, 형제마저 외면하고 산다. 거기에다 못 된 사교(邪敎)집단의 교주에 걸려 아마 정신이 마비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통치행위에도 사교 교주의 말 외엔 들리지 않는 불통의 정치를 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은 이 비상시국을 바로 잡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아마 하야(下野)할지도 모를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지금은 박대통령이 말을 할 때다. 여당에서조차 탈당을 권유하고 야당에서는 특검과 하야 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짓은 때가 되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진실은 천하도 없앨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