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4%, 국민은 이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했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런던 왕실이 있는 중심가에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이 있다. 세계의 1/6을 지배하던 대영제국의 영광이 모여져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 시기의 국왕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정치를 잘해서 이 영광이 도래한 것은 아니다. 입헌군주제 영국에서 여왕의 위상과 역할은 오늘날의 대통령과 비교하기 어렵다. 이는 주로 수상이었던 디즈렐리와 글래드스톤의 업적이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여왕은 이 시대 영국의 도덕과 품위를 표상한다. 남편 알버트 공과도 훌륭한 왕가를 이루어나갔다. 둘의 자손들은 독일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으로 뻗어 나갔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스페인의 전 국왕과 왕비는 모두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녀다. 여왕의 부군을 프린스 콘서트(Prince Consort)라고 한다. 독일의 왕자였던 알버트 공은 Prince Consort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알버트 공이 타계하자 그를 기려 만든 것이 빅토리아 & 알버트 뮤지엄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1837년에서 1901년까지 64년 재위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특권계급이 아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절대권력 속에 자랐고 특히 유신 이후에는 사실상 종신집권체제에 살았기 때문에 공주로 착각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 가운데서 그는 사회를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 더구나 공적인 일을 하기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대통령의 연설문에 일개 아녀자가 손댄다고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대통령 기록물법이 아니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개념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누구도 친구(company)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세장에서 비가 오는 데도 우의를 입지 않고 누군가 씌워주기 바랐다는 전여옥의 기억에서 이런 우스꽝스런 모습의 단면을 본다. 고대 로마, 전지에서 승전한 장군이 개선행진을 할 때 득의의 개선 장군 옆에는 “너는 신이 아니다. 너는 신이 아니다”를 되풀이 하는 점쟁이가 있었다. 로마 공화정의 이룬 사람들의 정치적 지혜가 얼마나 치밀했던가를 알게 해준다. “Rome is not built in a day”가 무슨 말인지 음미하게 만든다.

장녀에게 이런 교육을 했어야 할 분은 육영수 여사다. 훌륭한 모성을 갖춘 분으로 여기에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아뿔사 이분이 자객에 쓰러지다니. 아버지도 혼이 나갔고 영애는 갑작스런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몰두하다보니 주위가 모두 시녀(lady in waiting)으로 보이고 친구가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태민, 최순실 따위가 파고 든 것이다. 대통령이 일개 요승 최태민과 관련하여 친국하는 망발을 부리고, 영애의 눈물의 호소에 최태민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것은 아무리 ‘딸 바보’라 하나 박정희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10·26은 필지(必至)였다.

국가적 위기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이것은 국기문란을 넘어서 국정농단이요, 국가기간의 해체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하야든, 탄핵이든, 더욱이 극단적 선택은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14%다. 이것으로 박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는 이미 탄핵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통령은 자기 비서실 인사와 통수권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전 권한을 국무총리에 위양(委讓)해야 한다. 그 이상은 정치권에서 합의하여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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