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과 창조경제 그리고 문화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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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千年鶴>의 고향 장흥을 다녀왔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을 두고 신선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본인은 현재까지 수상 여부 답을 주지 않아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다. 장흥에는 우리 현대문학에서 가장 지성적인 소설가로 평가받는 이청준의 생가와 <천년학>의 촬영지가 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雪國>을 영화로 만든 것을 보았는데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로 만든 국민감독 임권택의 <천년학>은 이를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임권택 감독과 그의 평생 동지 정일성 촬영감독이 만들어낸 <서편제>와 <천년학>은 ‘보고 듣는 데 있어서’ 절정에 도달한 한국미의 극치다. 아스라한 유채꽃 밭이 우리 자연의 수려함을 마음껏 뿜어낸다. 일본에서는 1950년대에 구로사와 아키라가 <가게부샤>로 칸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패전 후 일본 국민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다고 들었다. 임권택 감독도 이와 같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는 이창동 감독이 <밀양>으로 영화화하여 칸느영화제에서 전도연에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소록도에 병원장으로 부임한 원장과 환자들의 관계를 다룬 <당신들의 천국>은 이청준이 가장 지성적인 작가라는 평을 듣는 이유를 알게 한다.

장흥은 한국문학의 거장 한승원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우리 문단의 샛별 한강은 그의 딸이다. 진주의 박경리, 순천의 조정래, 장흥의 이청준·한승원 등의 걸출한 문인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남도에서 나온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려한 자연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지만, 명문 고등학교의 국어 선생님들이 문학인재를 일찍부터 발견하고 개발한 것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청준은 광주서중과 광주일고 출신인데 여기에는 도내의 준재가 모인다. 이 국어선생님들을 키우는 어른은 전남대학교나 전북대학교의 국문과 교수들이다. 이처럼 인재를 키우는 구조가 중요하다.

부산 동서대학교에는 임권택영화예술영상대학이 있고, 서울역 서부역 근처에는 백설희-장민호 극장이 있다. 동국대학교에는 한국 연극의 선구자 이해랑을 기리는 이해랑 극장이 있다. 모두 당대에 전설이 된 연극인과 영화인을 기리는 것이다. 연극인은 우리말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셰익스피어극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경에게서 가장 정확한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령과 같은 범주와 깊이에 있어 이들 예술인을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문화관광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 체육은 별도의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이 좋다. 박근혜 정부 초기 정부조직 개편은 혼란스러운 감이 짙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치르는 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을 문체부의 하나의 국이 책임지고 조직·운영하며 지원할 것인가?

<인간의 조건>의 저자 앙드레 말로가 드골 정부의 문화부장관을 지낸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앙드레 말로의 수준에서 문화진흥을 이끄는 것이다. 관료는 이를 위한 행정을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 이것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문화융성의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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