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추미애 “국권을 사교에 봉헌한 대통령”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쏴낸 화살이요, 쏟아진 물이라는 것도 같다. 말은 조심해야 한다. 그의 철학과 논리뿐이 아니고 조상까지 다 드러난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 국민에 감동을 주고 보듬어야 할 정치인들이 말을 막 쏟아내어 국민의 부아를 돋우고 있다. 이들은 말은 모두 세인의 기억에 남고 역사의 기록에 남는다는 것을 모르는가? 정치는 말로서 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했는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송민순 회고록’에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에 대하여 북한에 물어 보았냐는 질문-에 “나는 기억이 없으니 기억력 좋은 사람에 물어보시오”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 한번 나왔고, 또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사람이 나오겠다는 사람이 뱉은 말로서는 대단히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다.
추미애 민주당대표는 “박대통령이 지난 4년간 대한민국 국권을 사교에 봉헌하였다”고 하며, 최씨의 소환을 하루 미룬 검찰을 향해서도 “최씨에게 30시간의 휴가를 헌납했다”고 한다. 추 대표의 독설에 대해서는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탁소 집의 딸로서 열심히 공부하여 고시에 합격, 판사도 지낸 경력에 눈독을 들인 김대중의 눈에 들어 정치권에 들어와 당 대표에 오른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추 대표는 아예 독한 말을 하기로 작심하고 더 험한 말을 고르느라 수고가 많은 모양인데 최순실의 딸의 “돈도 실력이다”는 말처럼 행여 어린 학생들이 보고 따라할까 봐 걱정이 된다.
“헬렐레한 총리 한 명 세우고···” 김종인 대표의 언사다. 김종인은 김병로 대법원장의 손자 아닌가? 다섯 개 정부에서 다섯 번 비례대표를 한 경력을 가진 전무후무할 경륜의 소유자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남경필이 그를 거국내각의 총리로 천거한다. 김종인도 무참히 드러나지만 잠룡의 하나라는 남경필의 정치의식과 수준도 그대로 드러난다.
“반미면 어떠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그의 국가전략에 대한 사고 수준과 경향을 이처럼 잘 드러낸 것이 없다. <무현>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그의 사상, 정책, 전략은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열심히, 서민을 위해 살려고 했던 노무현의 삶의 궤적에 반한 사람들은 아직도 적지 않다. 이들이 노무현의 영전에 바치는 인상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치명적 흠결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다고 하지만 복잡한 사고는 하지 않는(못 하는?) 거산(巨山) 김영삼이지만 민주화 의지와 승리의 신념을 이처럼 힘있게 드러낸 말이 없다. 명문으로 이름 높은 이수정의 4·19선언문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대처의 어록 가운데 한 구절이다. 정치인, 아니 공인이라면 누구나 잘 봐두기 바란다.
For me at the moment, however, each sentence was my testimony at the bar of history.
그 시점에 있어서 모든 언명(言明)은 역사라는 심판정(審判廷)에서의 나의 증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