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간신 열전’···김기춘·안종범·우병우·정호성·김종·안봉근·이재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나라가 보통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왜 우리들이 피와 땀을 흘려 세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한 마디로 대통령은 무능하고 간신들만 우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이런 대통령이 나오게 만든 것은 국민의 책임이 아주 크다. 이 혼란을 수습하고 새 역사를 써야 할 때가 왔다.

박근혜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자들과 수십년 간 친자매처럼 지내온 ‘비선실세’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마저 쫓겨날 위기에 내몰린 현재의 청와대 모습을 지켜보면서 권력이 참으로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충신(忠臣)과 간신(奸臣)’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간신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써서 군주의 눈을 가리고 수많은 인재들을 해쳤다. 급기야는 나라 자체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를 3대 만에 망하게 한 환관 조고,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나라를 전란으로 몰아넣은 ‘십상시(十常侍)’ 등이 유명한 간신들이다.

왕 실장으로 불리며 청와대 비서실을 총지휘했던 김기춘은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차관은 최순실을 김기춘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유신헌법 작성에 관여하고 노태우 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은 지역감정 조장의 화신이기도 하다.

1992년 대선 때 부산경찰청장 등 기관장을 모아놓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 표 몰이에 나선 ‘초원복집’ 사건의 장본이다.

간신은 말을 잘 하고 거짓말에 능하며, 권력자의 속마음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군주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간신은 위장술에 능해 눈속임으로 부정을 가린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김종, 차은택, 장시호, 안봉근, 이재만, 우병우, 김기춘 등이 이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되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이름들이다. 아마 역사는 이들이 간신인지 충신인지를 가려낼 것이다.

중국의 춘추시대(BC 722~BC 403)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이 극도로 타락하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했던 사회였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도 도덕적 양심과 지성을 가진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제(齊)나라의 재상인 안영(晏?, BC ?~BC 500)이다.

안영의 일화 중 ‘부도덕한 임금 깨우치기’가 있다. 어느 때 혜성이 나타나서 불길한 징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경공은 재화(災禍)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신관(神官)으로 하여금 빌도록 했다. 이때 안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이 세상의 부도덕한 자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만약 임금에게 부도덕함이 없을 것 같으면 임금이 기도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임금에게 부도덕함이 있을 것 같으면 기도드려 봤자 혜성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임금이 부도덕한 일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 나타난 조짐이 자연의 기변이라면, 신에게 기도드리기 전에 먼저 자신의 부도덕한 처사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던 것이 안영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은연중에 임금의 도덕성을 경고한 안영은 정말 만고의 충신이고 명재상이다.

윗사람에게 아첨하여 ‘지당한 말씀입니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부화뇌동만 능사로 하는 사람은 간신이다. 결과적으로 윗사람을 망치고 자기도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자는 조화롭게 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조화롭게 하지 않는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는 공자의 말씀처럼 원활한 인간관계, 평화로운 사회, 번영하는 국가를 지향하는 조화로운 신하가 진정한 충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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