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리 쭉 펴고 잠들고 싶어하는 당신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회장] 공자의 제자 원헌(原憲)은 청빈을 달게 여겨 오로지 자기 수양에 힘쓰는 고결한 선비였다. 하루는 자공(子貢)이 원헌을 찾아왔다.
자공은 마중 나온 원헌의 핼쑥한 모습을 보고 동정 어린 투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이렇듯 병색을 띠고 있습니까?” 자공의 물음에 원헌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재화가 없는 것을 가난하다 하고, 배워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어 쇠했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가난하기는 하나 병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송의 유백용은 높은 관직에 이르렀어도 여전히 가난하기 그지없으므로 어떻게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궁리했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귀신이 박장대소했다. 그의 가난은 그의 인생에 필요한 것이었는데 이를 억지로 고치려 했기 때문에 귀신의 비웃음을 산 것이다.
하늘이 가난을 가지고 사람들을 시험하는 이유는 누가 더 꿋꿋한 기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기에 물질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여전히 안빈낙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군자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큰 부자가 있다. 그는 하루 내게 “밤에 집에 들어가면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것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마구 솟아난다”고 하소연했다. 상장기업을 거느린 재벌로 훌륭한 자식들까지 둔 그가 무엇 때문에 그런 고통을 받고 살아갈까? 그래서 한마디했다. “저처럼 머리를 깎으시지요!”
흔히 가업이 영원히 전수되지 않는 이유는 총수의 강한 집착 때문이라 한다. 내려놓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집착 때문에 기업을 자식에다가 물려주지도 못하고 밤마다 그런 말 못할 고통을 당하고 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탓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군자는 가난과 환경에 대해서 평상심을 유지할 뿐이다. 군자는 가난하고 비천해도 권세 있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비굴한 법이 없다. 이런 태도는 가난까지도 달게 받아들이는 고매함과 훌륭한 인격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기회가 올 때 반드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들 마음 속에는 가난하고 비천했던 시절의 경험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과 고난의 상황도 견뎌내는 것이다. 따라서 역경이 오더라도 마음의 동요 없이 안빈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마음 편하게 두 다리 쭉 펴고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무관사(無關事)에 동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럴 진대 자칫 구설수에 들거나 화를 자초할 우려도 없게 된다.
둘째,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다.
요즘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정치, 종교,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중도가 도다. 중도, 중화, 중용의 길을 간다.
셋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다.
넷째, 남에게 말로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 했다. 칼로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 간다. 그러나 잘 쓰면 입이 복문(福門)이 된다.
다섯째, 죽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군자는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죽는 소리는 소인배나 하는 짓이다.
여섯째,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면 원망할 일이 더 생겨나고,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막 생겨난다.
일곱째, 항상 밝은 생각을 한다.
어두운 생각을 하지 마라. 캄캄한 골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찬란한 밖으로 나오라. 희망찬 밝은 생각으로 살아야 의욕이 생긴다.
여덟째,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아홉째, 고민을 털어버린다.
잠자기 전에는 좋은 기억만 떠올리라. 그럼 잠자는 동안 행운으로 바뀌어 간다.
열째, 마음의 문을 활짝 열라.
대문을 열면 도둑이 들어오지만, 마음을 열면 기회와 행운이 들어온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흘러간 강물과 같이 한번 가버린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한번 주어진 일생이라는 시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머리에서 쥐가 나도록 살 것인가 아니면 아무런 걱정 없이 두 다리 쭉 펴고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