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잘 물든 단풍, 봄꽃보다 예쁘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여름 스승님들의 권유로 머리를 깎았다. 다행히도 삭발한 제 모습이 그리 숭해 보이지는 않는지 많은 분들이 더 젊어졌다고 칭송이 자자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4세라 한다. 그러고 보니 늙는 것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이왕 늙는 것 우아하게 늙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우아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밝은 얼굴, 선한 인상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일 거다. 반면에 가만히 있어도 성깔 있어 보이고 괴팍해 보이는 얼굴이 있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느냐에 따라 변해진다.
인간의 노화는 어떤 의학으로도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노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아하게 늙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정신수양을 하는 것이다. 정신수양이라 함은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分別性)과 주착심(住着心)이 없는 경지를 이른다. 우리의 마음을 안으로 분별성과 주착심을 없이 하고 밖으로 산란하게 하는 경계에 끌리지 아니하여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을 양성하는 것이다.
하루 한번은 좌선을 하며 단전에 숨을 깊이 들이쉬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입안에 흘러내리는 감로수를 들이 마시면 얼굴이 윤활해지고 주름살도 생기지 않게 된다.
둘째, 사리연구(事理硏究)를 하는 것이다. 사(事)라 함은 인간의 시·비?이?해(是非利害)를 말한다. 그리고 이(理)는 천조(天造)의 대소유무(大小有無)를 지칭한다. 또한 대(大)는 우주만유의 본체를 이름이요, 소(小)는 만상(萬象)이 형형색색으로 구별되어 있음을 말한다.
또 유무라 함은 천지의 춘하추동 사계절의 순환과, 풍운우로상설(風雲雨露霜雪)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의 변하는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사리연구 공부를 오래 계속하면,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이 생겨 결국 연구력이 생긴다.
셋째, 작업취사(作業取捨) 공부를 하는 것이다. 작업이라 함은 무슨 일에나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을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취사라 함은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버림을 이름이다. 우리가 이런 작업취사공부를 오래오래 계속하면, 모든 일을 응용할 때에 정의는 용감하게 취하고, 불의는 용맹하게 버리는 실행의 힘을 얻어 결국 취사력을 얻게 된다.
넷째, 주문(呪文) 독경(讀經) 기도(祈禱)를 하는 것이다. 주문은 정해진 진리의 문구(文句)를 연이어 외우는 것이다. 그러면 정신이 통일되고 원하는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독경은 각 종교의 경전을 읽어 지견(知見)을 넓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는 각기 서원(誓願)을 세우고 진리를 향하여 정성으로 계속하면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으로 자연히 진리의 위력을 얻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다섯째, 순리(順理)에 따르는 것이다. 노화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노화나 죽음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걸 억지로 피하거나 막으려 하면 추하게 늙게 된다. 잘 죽어야 잘 날 수 있다. 그 길이 인생을 순리로 사는 것이다.
여섯째, 남은 시간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다. 시간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일, 인류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재주는 없지만 덕화만발을 통해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하는 일에 몰두한다. 죽는 순간 까지 가장 잘 할 수 있는 덕화만발을 쓰다가 가면 그 이상의 복은 없을 것이다.
일곱째,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재색명리(財色名利)의 끝은 허망하다. 최근에도 롯데그룹 회장이 밤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 아무리 의욕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이 들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늙어 욕심을 부리면 아름답게 느껴지기보다 추하게 된다.
여덟째,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 아름답게 늙어가게 하는 일은 없을 거다. 사랑을 하면 얼굴색이 변한다. 사랑을 하면 곱게 늙어갈 수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고 인류를 몽땅 사랑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자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우아하게 늙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잘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예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