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야람’···한가위 ‘독서삼매’에 빠져봄이 어떨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을야지람’(乙夜之覽)이라는 성어가 있다. 임금이 낮에는 정사를 보고 잠자기 전인 밤 열시부터 열두시까지 책을 읽는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줄여서 ‘을람’(乙覽)이라고도 했다. 한나라 때부터 밤을 갑·을·병·정·무의 다섯 개로 나누었다. 그러니까 임금도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장자>(莊子)에는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같이 볼 줄 안다. 그래서 작은 것도 적다고 보지 않고, 큰 것도 많다고 보지 않는다. 물건의 양이 무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간의 흐름에 대해 알고 있다. 오래 살아도 싫어하지 않고, 짧게 살아도 더 바라지 않는다. 시간은 멈추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찼다가 기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묵자>(墨子)에는 단 우물이 먼저 마른다고 했다. 만약 여기에 송곳이 다섯 개가 있다면 이 중에 날카로운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날카로운 것이 반드시 먼저 무뎌질 것이다. 또 여기에 칼이 다섯 자루 있다면 이 중에 날이 선 칼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가장 날이 선 칼이 반드시 먼저 상한다. 이것이 단 우물이 먼저 마르고 좋은 나무가 먼저 베이는 까닭이다.

<논어>(論語)에는 군자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께서 말씀을 하셨다. “군자는 도를 생각하지 먹을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밭을 갈아도 그 속에 굶주림이 있을 수 있고, 공부를 해도 그 속에 녹봉이 있을 수 있다. 군자는 도 닦는 것을 걱정하지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맹자>(孟子)에는 대장부는 위엄과 무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했다. 천하의 넓은 집에 살고, 천하의 높은 지위에 오르고, 천하의 큰 도를 행하며 뜻을 얻거든 백성들과 함께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할 뿐이다. 부와 귀를 갖고도 음란하게 행동하지 않고, 가난하고 천한 자리에서도 자리를 옮기지 않으며, 위엄과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이를 일러 대장부라고 한다고 했다.

<시경>(詩經)는 옥의 티는 갈아버릴 수 있다고 했다. 흰 옥에 있는 티는 오히려 갈아버릴 수 있지만, 말 속에 있는 티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채근담>(採根談)에는 정상에 있을 때 물러가라 했다. 일에서 물러날 때는 마땅히 전성기에 물러나야 하고, 몸을 두려거든 마땅히 홀로 뒷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노자>(老子)에는 공을 이루었을 때 물러나라 했다. 지니고서도 그것을 채우는 것은 그만 두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능히 지킬 수 없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서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그러므로 공을 이루었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

<순자>(荀子)에는 자기를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천명(天命)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사람은 궁색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은 뜻을 이루지 못한다.

<관자>(管子)는 오래 있을 수 없는 곳에 머물지 말라 했다. 이룰 수 없는 일은 하지 말고, 얻을 수 없는 것은 구하지 말며, 오래 있을 수 없는 곳에 머물지 말고, 회복할 수 없는 것을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삼략>(三略)에는 젊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고 했다. “항상 두려운 건 가을이 되어, 꽃 지고 잎 누래져 시드는 것이라네. 모든 강이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는데 언제나 다시 서쪽으로 돌아오려는가? 젊은 시절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서 한갓 상심과 슬픔뿐이라네.”

<예기>(禮記)에는 구차하게 모면하려고 하지 말라 했다. 재물이 앞에 놓였을 때 올바른 방법이 아니면 구차하게 얻지 말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구차하게 모면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투게 되어도 이기려 하지 말고, 재물을 나누어도 많이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고전에는 지혜의 말씀이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어찌 책을 읽지 않고 아름다운 인생을 펼쳐갈 수 있겠는가?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장군의 말씀도 있다. 이 가을 책 몇권을 읽으며 풍요롭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추석 연휴부터 시작하자. 독서삼매경 속 한가위, 이 얼마나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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