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전 한비자의 선견지명···’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진(秦)나라 시대에 한비자(韓非子, BC 280~233, 본명은 韓非)는 5000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전국시대 한왕(韓王) 안(安)의 서자로 출생했다. 어머니는 신분이 낮은 출신이었기 때문에 비록 왕족이지만 왕실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불운한 처지였다.

불행한 소년기를 가졌기에 한비자는 일찍부터 학문연구에 눈을 돌렸다. 그가 태어난 한나라는 전국 7웅(秦, 楚, 燕, 齊, 韓, 魏, 趙) 중의 하나로 가장 문화수준이 낮은 소국이었다. 한비자는 당대의 석학인 조(趙)나라의 순자(荀子, BC 300~230경)에게 배우기 위해 제(齊)나라의 수도 임치로 그를 찾아갔다.

한비는 순자에게서 학문을 배우는 동안 후일 진나라의 재상이 된 이사(李斯)는 물론 유가, 도가, 명가, 법가, 묵가 등 여러 학파의 학문을 두루 흡수, 비판하면서 부국강병의 설을 체계화했다.

그의 학설을 현실정치에 적용하려면 국왕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는 말재주가 없어 자신의 뛰어난 문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문장을 모은 저서 <한비자>는 55편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한비자의 저서 중 ‘孤憤’(고분)과 ‘五?’(오두) 두 편을 우연히 본 진시황은 “이 책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감탄했다.

이때 승상 이사가 진시황에게 “한비를 얻고 싶으면 한나라를 공격하라. 그러면 반드시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올 것이다”라고 건의하자 예상대로 한나라는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 화친을 청했다. 이때 한비는 진시황을 움직여 위험에 빠진 한나라를 구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한편 이사는 진시황이 한비를 중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왕에게 모함했으나, 진시황은 그의 인물됨을 아껴 투옥시키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옥에 갇힌 한비에게 이사는 독약을 보내 자살할 것을 강요하자, 한비는 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진시황을 만나볼 기회를 간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시황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그에게 석방명령을 내렸을 때는 이미 그가 자살한 후였다.

한비는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를 남겼다. 2300여년 전 한비의 주장을 살펴보자.

첫째, 법질서의 문란이다. 법을 소홀이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만을 의지하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둘째, 경제의 민주화가 실종되는 것이다.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나라 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 취택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셋째, 사치풍조의 만연이다.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여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넷째, 회전문 인사다. 간연(間然)하는 자의 벼슬이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하여 의견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 의견만 받아들여 참고를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다섯째, 소통부재다. 군주가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여섯째, 외교와 동맹에 안주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의 동맹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일곱째, 인재등용의 난맥상이다. 나라 안의 인재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여덟째, 군주의 자만심이다. 군주가 대범하여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는 어두우면서 이웃 적국을 경계하지 않아 반역세력이 강성하여 밖으로 적국의 힘을 빌려 백성들은 착취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아홉째, 금수저의 세습이다. 세력가의 천거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는 내쫓아 국가에 대한 공헌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열째, 공적자금 투입이다.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빚더미에 있는데 부실기업에게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득을 얻어 반역도가 득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이나 극하면 변고가 생기고 과하면 폐단이 생긴다. 극과 과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구세(救世)의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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