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수단 발사·신공항 문제 등 극한 대립·투쟁 막으려면

김해공항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대립과 투쟁의 종말은 어디일까? 지금 우리나라는 각 분야에 걸쳐 대립과 투쟁을 일삼지 않는 곳이 없다. 우선 남북의 극한대립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을 하고, 안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 극한투쟁을 일삼고 있다. 며칠 전 발표된 신공항 문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립과 투쟁의 막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사상을 세상에 널리 펴는 길밖에는 없을 것 같다. ‘원융(圓融)’이란 원만하게 막힘이 없는 것이며, ‘회통(會通)’은 대립과 갈등이 높은 차원에서 해소된 ‘하나(圓)’로의 ‘통함(通)’을 말한다.

원융이란 막힘이 없는 것이며, 회통이란 하나로의 만남인 것이다. 이러한 원융회통의 초석을 굳건히 다진 이는 원효(元曉, 617~686)대사다. 원효는 인간의 본심을 일심(一心)이라 하였다. 원효가 살았던 신라시대도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같이 온갖 대립과 반목이 극심했다.

원효가 제시한 통합의 원리는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나지만 먼저 그가 살았던 삶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즉 원효는 심오한 철학을 가진 사상가이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민중적인 면모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 ‘사상적 깊이’와 ‘대중적 풍모’라는 이 두 가지는 한 인간이 모두 갖추기 어려운 덕목이다.

보통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는 부족하기 쉽다. 사상적 깊이가 있는 인물은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고한 형이상학의 세계에 머물기 쉽고, 반대로 대중적인 인물은 철학이 없이 일시적인 대중의 인기만 의식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바로 잊혀지기 쉽다. 그런데 원효는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원효가 주장한 화쟁사상(和諍思想)이 있다. 모든 논쟁을 화(和)로 바꾸는 불교 사상이다. 이 사상은 우리나라 불교에서 가장 특징적이다. 신라의 원광(圓光)이나 자장(慈藏)에서 비롯되었으며, 삼국통일시대 원효(元曉)가 집대성했다. 원효가 화쟁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것을 강조하게 된 것은 신라에 들어온 불교 이론들이 매우 다양하여 논쟁이 격심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론가들은 자신들의 이론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이론들을 배척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태도와 이론적인 상호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창안한 것이 화쟁이다. 화쟁의 대상은 그의 시대에 나타난 모든 불교 이론들이며, 논리적 근거는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일심(一心)에 두었다.

화쟁은 언어적으로 표현된 이론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원효에 따르면 진리를 전달하고자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와 진리가 고정적이고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를 다만 진리의 전달 도구로 사용할 뿐이므로, 이러한 언어의 도구성(道具性)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언어는 진리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왜곡시키기도 한다. 언어의 이중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하나의 이론에 집착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원효는 극단을 버리고 긍정(肯定)과 부정(否定)을 자유자재로 한다.

화쟁의 방법은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고 부정을 통하여 집착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만으로 집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 자체에 집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부정의 부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의 극단을 떠나게 되면, 여기에서부터 긍정과 부정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화쟁사상을 다시 구현해야 한다. 화쟁사상을 이 땅에 새롭게 구현한 것이 있다. 바로 원불교 2대종법사를 역임한 정산(鼎山) 송규(宋奎) 종사의 ‘삼동윤리’(三同倫理)다. 삼동윤리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의 일원주의(一圓主義)에 입각하여 세계의 모든 종교·민족·국가·사회가 다함께 실천해야 할 윤리 방향이다.

첫째, 동원도리(同源道理)다. 세상 모든 종교와 교파가 교리나 제도 또는 형식에 있어서는 각각 특색과 차이점이 많다. 그러나 근본에 있어서는 하나의 근원적 진리에 바탕하고 있으며, 그들의 궁극목표 또한 진리의 실현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종교인들은 각자의 특수성을 살리고 종파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나, 하나의 근원적 진리의 광장에서 서로 만나고 이해하며, 나아가 모든 인류의 진리화와 이상세계 실현에 상보적으로 협조, 노력하자는 것이다.

둘째, 동기연계(同氣連繫)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종·민족·국가·씨족의 구별이 있으나, 근본을 추구하면 온 인류와 생령(生靈)이 한 근원에서 나온 동포요, 한 기운으로 연계된 형제다. 그러므로 인류는 이러한 동기연계의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에 입각하여 좁은 국한을 트고 대립과 투쟁관계를 벗어나, 한 집안 한 권속의 세계시민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평화세계 건설에 다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다.

셋째, 동척사업(同拓事業)이다. 서로 다른 사업과 주장도 근본동기는 세상을 보람된 삶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데 있다. 또한 직간접으로 세상을 개척하는데 한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자기의 사업과 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의 사업과 주장을 배척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상대의 장점을 수용하여 다 함께 이상세계 건설에 노력하자는 것이다.

삼동윤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 울 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 원융회통의 사상인 삼동윤리라면 가히 이 시대의 모든 대립과 투쟁을 넘어 모두가 화합하고 승리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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