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불가 스님들이 ‘삭발’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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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8월이다.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스님들은 하안거 중이다. 하안거에 든 스님들은 오는 17일(음력 7월15일) 백중날 해제때까지 불심쌓기에 여념이 없다.

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일러 번뇌초, 또는 무명초(無明草)라 부른다. 감각도 없는 머리카락을 일러 왜 번뇌초 또는 무명초라 했을까? 지난달 말 원불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다행하게도 원불교 성지는 모두 국내에 있다. 이웃종교의 성지는 인도나 중국, 아니면 이스라엘 등을 둘러보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원불교 성지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이 법을 펴고 종법사님이 주석한 ‘익산성지’, 원불교 발상지 ‘영산성지’ 그리고 소태산 부처님께서 원불교의 교법을 제정헌 부안 변산의 ‘제법성지’ 등이 있다.

이번 순례에서 필자는 삭발식을 했다. 삭발은 지금부터 3천여년 전 인도의 브라흐마나시대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문교 최고 계급인 브라만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숲 속으로 들어가 수행을 하게 되는데 무명(無明)과 무지(無知) 그리고 욕망으로부터 해방된다는 뜻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이 인간의 번뇌를 상징하는 무명초라고 한다. 출가자에게 머리카락이나 수염은 곱게 단장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행을 방해하는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깎는 것이다. 또 머리카락이 교만을 상징해 출가 수행자들이 사회적 계급을 떠나 평등하다는 의미도 있다.

머리를 빡빡 깎는 삭발은 원래 수행자들이 속세 인연을 끊고 세상의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하는 종교적인 행동이다. 불가에서는 석가모니가 출궁(出宮)한 뒤 나무 아래서 손수 칼을 빼어 삭발한 데서 유래했다. 삭발을 하는 것은 과거의 무명을 씻어버리고, 무지와 욕망에서 벗어나겠다는 맹세를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수행하겠다는 거룩한 의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일일 수도 있다. 머리를 깎기 전과 머리를 깎고 나서는 분명 달라질 것으로 믿는 것이다.

삭발에 관해 시를 읊은 ‘집도게’(執刀偈)라는 것이 있다.

보전주인증작몽(寶殿主人曾作夢)?무명초무기다년(無明草茂幾多年)?

금향금강봉하락(今向金剛鋒下落)?무한광명조대천(無限光明照大千

보전에 주인공이 꿈만 꾸더니?무명초 몇해를 무성했던고

금강보검 치켜들어 깎아버리니?무한광명 대천세계 비추네

마음에 발원이 없고,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게 없는 이는 곧 살았으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계행은 소승으로 지키고, 세상의 교화는 대승으로 하여 소승과 대승을 병진하면 세상을 더욱 맑고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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