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오온(五蘊)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미국 최연소 요가 강사 제이시 디보우(12) 명상 수련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인생을 고통의 바다(고해, 苦海)라고 한다. 고통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육체적인 고통은 정신적으로 이어지고 정신적인 고통은 육체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고통은 위험에 대한 경고다. 몸과 마음에 대하여 위험을 대비하라고 하는 경고신호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더욱 더 커다란 고통이 오며 몸과 마음은 병들어간다.
고통이 생기게 된 것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세상의 다섯 가지 그 자체를 애욕이라 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하여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 그것이 곧 사람의 욕심이다. 진실로 수행하는 사람은 그러한 것들을 대하더라도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아 욕심에서 벗어난다.”
그러니까 부처님께서는 욕심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눈으로 사물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에 매달려 탐욕하는 것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고 △혀가 맛을 보며 △몸이 감촉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에 매달려 집착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통의 원인이 집착이라는 말씀이다. 집착을 여의면 고통도 더불어 사라진다. 그래서 선가(禪家)에서 중요시하는 화두가 바로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집착하면 지혜가 어두워져 바른 눈으로 사물을 바로 보질 못한다. 마치 눈 뜬 장님 같다.
바른 안목을 가지고 바르게 보고, 바르게 결정하며,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집착을 여의는 수행이다.
또한 분노가 고통을 만들어 내고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혈압이 오르고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안 오고 만성피로에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갖고자 하는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면 분노가 생긴다. 분노는 우울증, 공황장애, 두려움과 공포를 유발하기도 한다. 분노를 풀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욕심을 버리고 사랑과 배려만이 분노를 풀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않는다.
이 고통을 불가에서는 ‘사고팔고(四苦八苦)’라 한다. 네 가지 괴로움과 여덟 가지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인생에서 반드시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온갖 괴로움을 이르는 말이다. 즉,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의 네 가지를 합친 여덟 가지 괴로움을 말한다.
여기서 가장 크게 괴롭히는 것이 ‘오온성고’다. 오온이란 눈·귀·코·입·몸의 다섯 가지를 말한다. 눈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이익 되는 것만 보려고 하고 귀는 좋은 소리 자신에게 유익한 소리만 들으려 한다. 코는 좋은 냄새, 향내만 맡으려 하고 입은 맛있는 음식 값비싼 것만 먹으려 하며 몸은 편하고 즐기려고만 한다.
결국 오온은 욕심으로 가득 채워진 것이다. 오온을 제하려면 자신의 욕심만이 아니라 주위를 항시 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실천으로 옮겨지기는 정말 어렵다. 언제나 눈은 의식적으로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나와 무관한 일에는 별로 눈을 돌리고 싶은 의욕이 없게 된다. 옛날에는 아침잠을 깨기가 무섭게 그날 신문을 들추었지만 요즈음은 컴퓨터로 눈이 먼저 간다. 이럴 때 꼭 왔을 것으로 믿었던 메일이 보이지 아니할 때 실망하고 괴로워 한다.
오온성고에서 벗어나는 길은 주기만 하지 받을 생각이 없으면 된다. 줌으로써 내 지혜가 자꾸 넓어지기 때문이다. 공덕을 많이 쌓으면 내 지혜가 자꾸 넓어지고, 지혜가 넓어지면 나의 본주인과 만나서 구경열반(究竟涅槃)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