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님비? 사드가 뭐길래 원불교까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주 <원불교신문>에 ‘성주 사드배치 반대’ 기사가 1면 톱으로 나왔다. 성주포대에서 초전면의 골프장으로의 이전을 반대한다는 기사였다. 성주 초전면 골프장 인근이 바로 원불교 2대 종법사를 역임하신 정산(鼎山) 송규(宋奎) 종사님 탄생성지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법회가 끝나고 회의실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기사를 놓고 사드 배치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첨예하게 맞섰다. 사드가 뭐라고 국민들은 물론 원불교 도반(道伴)들이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서로 틀렸다고 맹공을 가하는 것일까?

‘좀비(Zomie)’와 ‘님비(Nimby)’라는 말이 있다.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지금 그 좀비 귀신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날뛰고 있다.

그리고 ‘님비’는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이다. 그야말로 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일종이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범죄자 수용소, 정신병원 등이 유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의 대표적 양상이다.

즉 이들 혐오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나 아닌 남의 뒷마당에 설치되기 바라는 공공의식 결핍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원불교에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성주군 초전면에 사드 포대 설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현상이 아닐까?

‘사드(THAAD)’는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미사일방어(MD)의 핵심 무기체계다. 사드는 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단계(종말단계)의 적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체계다. 사드의 각 포대는 6기의 발사대, 2식의 화력통제 및 통신장비, 2식의 AN/TPY-2 레이더,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은 5개 포대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국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설가 김진명씨가 2년 전 쓴 동명(同名)의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드는 전쟁이다”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다”라고.

7월8일 국방부는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경북 성주로 배치지역이 확정 발표 되었다. 그 후 한국엔 엄청난 찬반 논쟁이 불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주한미군의 북한에 대한 미사일 방어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용이기 때문에 주변국가는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보다 나은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아마도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의 전쟁도발 억제를 위한 만능의 도구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옛날, 전쟁으로 나라를 통치하고 유지했던 고대 시대에도 왕조들은 전쟁을 피해서 나라를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많은 관료들을 적국에 파견해서 협상과 설득을 했다.

왜 일까요? 창과 칼 등이 주무기였던 시대애도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승자나 패자나 엄청난 나라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지금 시대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넘는다.

그렇다면 사드만 배치하면 대통령의 생각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까? 그리고 정말 미국의 속셈도 우리와 같을까? 정부는 사드 배치의 진정한 이유를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즉 북한의 핵억제와 무력도발에 대한 방어목적보다 더 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국제사회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들 한다.

박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의 붕괴나 전쟁을 통한 그런 방식의 통일은 어쩌면 쪽박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통일을 위해 북한이 좀더 중국만큼이라도 개방적이 되게 노력해야 한다. 사드 같은 것을 배치해서 “까불면 죽인다”는 식의 전쟁연습 방식이 아닌,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교역의 기초를 다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

필자는 10년 전 금강산에 가서 대규모 ‘해원 상생 통일을 위한 대기도식’을 거행했다. 정성이 모자라서인지 그동안 통일은커녕 금강산과 개성공단까지 폐쇄되고 말았다. 이제 정말 핵폭탄과 사드라는 창과 방패를 가지고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만약 실수로라도 날아오는 핵폭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얼어붙어 있는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우리가 형편이 조금 나으니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남북 모두가 해원을 하고 상생의 문을 열어가야 한다. 핵으로 위협하고 사드로 그 핵을 파괴하려는 시도로는 통일은커녕 파멸만 초래할 뿐이다.

지금 사드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좀비라는 귀신과 님비라는 이기주의가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물러서야 그나마 파국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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