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국정감사···법사위 국감장서 ‘본립도생’ 설교한 김형준 부장검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본립도생’(本立道生)은 <논어>에 나오는 말로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기본은 출발지점이기도 하고 회귀(回歸)할 지점이기도 하다. 기본 없이 시작할 수는 있지만 결코 오래갈 수 없음을 경계한 말이다.
논어에서 공자처럼 특별대우를 받는 두 제자가 있다. 증자(曾子)와 유자(有子)다. 이름에 자(子)를 쓰는 것은 존칭을 의미한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이름을 썼는데 증자와 유자 두 제자에게만 높임말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유자는 학문을 좋아하는 자세에서는 공자를 빼어 닮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제자들이 유자를 공자 대신에 섬기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그 유자가 남긴 유명한 논어 구절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무본(君子務本),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군자는 기본에 힘쓴다. 기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군자는 먼저 자신의 근본적인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기본이 바로 서면 도가 생긴다고 했다.
오래 전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베스트셀러 책이 생각난다. 꿈을 꾸며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배운 것들은 모두가 인생의 기본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변치 않는 원리를 가르쳐 준 것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기본이었다. “정직하라. 친절하라. 인사를 잘하라. 꿈을 크게 가져라.”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비결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니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다 배웠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요 며칠간 김형준 부장검사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하다. 김형준 검사의 평판 중 하나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없는 행동이라고 한다.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 그는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나와 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선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등 ‘항명사태’가 재차 불거지면서 국감장은 쑥대밭 분위기였다. 조영곤 지검장이 눈물까지 흘린 때였다.
이런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김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김형준 부장검사를 불러 세워 ‘전두환 추징금수사’ 소회를 물었다. 그러자 김 부장검사는 “국민 여러분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준 덕분이다. 검찰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환수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이 “더 질의할 위원이 있느냐”는 말에 여야 위원들이 아무 말 없이 다음 차례로 넘어가려고 하자 그는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더니 “공자의 제자 중에 유자라는 분이 있다. 유자의 이야기 중에 ‘본립도생’이라는 말이 있다.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이라고 발언을 했다. 이어 “이번 특별환수팀의 업무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드는 업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재차 본인 성과를 자랑했다.
국민은 자기 수준 이상의 정치를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근본이 제대로 서지 못해 이 김현준 같은 괴물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민주권시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 한심한 작태는 한심한 이들에게 권력을 부여한 국민의 잘못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한심한 정치수준과 저 1%도 못되는 금수저들만 탓하고 있다.
여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뿌린 씨앗을 우리가 거둘 생각은 하지 않고, 모두 네 탓만 해대니 이런 괴물들이 제철 만난 듯이 날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귀신들을 물리칠 진단도 없고 처방도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