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영원한 홍보맨’ 효성그룹 안홍진 전무의 ‘아름다운 퇴장’을 축하하며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오늘(12일) 이른 아침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설 명절 연휴 즐겁고 편안히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2월 1일 부로 효성에서 퇴직하였음을 신고 올립니다. 그동안 홍보 업무를 수행하면서 잊을 수 없는 크나큰 은혜와 신세를 졌습니다. 앞으로 댁내에 경조사 소식을 주시면, 영광으로 알고 ‘만사제치고’ 달려가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홍진 배상”
30년 이상 기업홍보에만 전념해온 ‘영원한 홍보맨’으로 통하는 안홍진(60) 효성그룹 전무가 보내온 것이다. 그는 1982년 1월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코닝·제일기획·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거치고, 2012년 2월 효성그룹으로 옮겨 홍보실장을 맡았다. 안씨는 공생활(公生活) 마지막 2년을 효성그룹 새빛섬 담당 마케팅 전무로 보냈다. 지난 1일은 그가 만 34년 ‘기업홍보맨’ 여정의 종지부를 찍은 날인 셈이다.
출근길 그에게 전화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대표,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얼마나 많이 성원해주셨는데…” “이제 회사는 떠났지만 멀리서나마 <아시아엔> 성공하길 기원하겠습니다.” “현직 떠나서 아쉽지만, 터널에서 광장으로 나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제 2인생 멋지게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이 대표,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간 식사 한번 합시다.”
내가 안홍진 실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1월3일 늦은 밤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서다. 미수(米壽)를 앞둔 노모께서 전날 별세하여 이튿날 발인을 몇 시간 앞둔 시간 그가 조문을 왔다. 안 실장은 이날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모친 박두을 여사 빈소에 있다가 당시 한겨레신문 동료이던 차기태 기자한테서 듣고 조문을 왔다고 했다. 안 실장은 내 어머니 빈소의 마지막 조문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후 우리는 2~3년에 한번 정도 만나 언론계와 광고계 소식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만 16년이 지난 오늘 아침 그의 은퇴 소식을 접한 것이다.
‘영원한 기업홍보맨’ 안홍진 실장이 현업 재직 중 언론사 기자와 광고맨들에게 일관되게 보여준 따뜻한 배려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2월 둘째 금요일이다.
오늘 오후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의 배경이 된 춘천에 간다. 고속도로 대신 옛 경춘가도를 지나야겠다. 때마침 내리는 봄비가 “이제 봄이야. 어서 일어나” 하고 새싹들에게 속삭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