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이창재·박민표 변호사,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기대해도 되겠지요?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작년 봄 아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다. 주로 주말에 몰아치기로 봤는데, 평소 좋아하는 박신양씨가 주연한 드라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야기다.

잘 나가는 검사 조들호가 검찰 비리를 고발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정말 멋지게 반전시키는 이야기다.

불이익을 감수하며 약자와 정의의 편에 서는 조들호 변호사는 필자 말고도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5~6개월 뒤 터진 ‘최순실 사건’을 미리 내다본 것은 아닌가도 싶다. 미국 해병대 모병 구호에 “A Few Good Man”이 있다.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소수정예’ 즉 “똘똘한 병사 세명만 있으면 만사 OK!”쯤이 될 것이다. 1992년 톰 크루즈, 데미 무어, 잭 니콜슨이 주연한 同名의 영화도 볼거리와 생각꺼리를 듬뿍 줬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거의 동시에 떠오른다. ‘우리 주변에 저런 변호사 어디 또 없을까?’ ‘조들호 같은 변호사가 검찰수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대법관도 저런 변호사 가운데서 나오면 좋으련만’

지난 13일 문자메시지 두 통이 오전과 오후 핸드폰에 떴다. 새정부 들어 법무부와 검찰 인사로 현역을 떠난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과 박민표 전 대검 강력부장이 변호사 개업을 알려온 것이다. 두 변호사 모두 독립변호사로 개업한다고 한다. 검사장 이상 퇴직자에 대해 3년간 대형로펌 취업을 금지한 까닭도 있겠지만, 이들은 그후에도 개인변호사로 남을 것 같다. 아니 그러기를 바라며 이들이 제2, 제3의 ‘조들호’가 돼주길 바란다.

한 사람은 2004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으로, 또다른 변호사는 2009년 울산지검 차장검사 재직 때 처음 만났다. 그들이 ‘조들호 변호사’가 될 것 같은 예감은 그동안 받은 느낌과 주변의 평판으로 봐서 그렇다는 거다. 그날 오후 이들과 통화를 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이 둘다 여전히 차분하고 겸손하며 정직한 느낌 그대로다. 폼잡고 어깨 힘주는 검사 냄새는 맡을 수가 없다.

그들이 내게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지킬 거란 확신과 기대를 다시 하게 된다.

“공직생활 동안 많은 분들께 큰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과 함께하는 성실한 변호사의 길을 가려 합니다.”

“많이 염려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대과 없이 공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동네변호사는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옮기며 묵묵히 실천할 뿐이다. 두 변호사의 의례적인 개업 인사말에 되레 믿음이 가는 이유다. 인사 여파로 이들 외에도 개업하는 고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제2, 제3, 제4의 조들호···거기다 판사출신 조들호도 많이 나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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