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개성공단 조성에 숨겨진 얘기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개성공단이 일시 폐쇄되었다. 정부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을 것이다. 정부는 124개 입주 기업의 희생을 보상할 수 있는 길을 범정부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개성공단이 무슨 의의를 갖는 것이며 어떻게 열렸는가에 대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남이나 북이나 그리 많지 않다. 북에서 여기에 시종 간여한 사람은 최근 김양건 후임으로 대남사업을 총괄하게 된 정찰총국장 김영철이다. 남에서는 국방부 정책실이다.

개성공단 건설과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의 시범사업이었다. 남과 북의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야 되므로 이는 불가피하게 군사문제가 되었다. 비무장지대 통과에 관한 모든 문제는 정전협정에 입각하여(in accordance with the military armistice agreement) 해결해야 했다. 정전협정에 의하면 비무장지대 통과는 유엔군사령관 승인사항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국방부 창구는 군비통제관이었다. 유엔사에서는 부참모장이었다. 양측 사이에 교섭이 벌어졌는데 사실상 치열한 외교전이었다. 청와대에서는 백악관의 안보수석과 이야기가 되었으니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으나, 현지 군사령관의 의견을 존중하는 미군으로서는 유엔군사령관, 그를 보좌하는 유엔사 부참모장이 열쇠였다. 협의 결과 유엔군사령관의 법적인 관할권(jurisdiction)은 존중하되, 한국 국방부는 관리권(administration)을 갖고 인원과 물자의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타결을 보았다. 청와대에서는 결과가 순탄하게 끝난 것만을 보고받을 뿐,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곡절은 잘 몰랐을 것이다.

철도 및 도로 건설을 위해 야전공병단이 투입되었다. 남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하여 공사를 신속히 추진하였으나 북한은 모든 것이 인력이었다. 이를 본 북에서 남에 장비지원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으나, 중장비를 수송하기에는 북의 도로 및 교량 사정이 열악하고 장비와 조종 훈련을 남에서 제공해야 되는 까닭에 중단되었다. 실로 남북 군사력의 질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보기로 북에서 특수부대 등 비대칭전력에 집중하는 이유를 알 만하였다. 지뢰제거를 위해 여러 장비들이 투입되었으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병이 일일이 대검으로 발견 제거하는 방법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말같이 쉽지 않음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북에서는 개성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김정일의 명령으로 대부대를 이동시켰다고 하였으나, 지금까지 북에는 6160억원의 돈이 들어갔다. 북으로서는 수지맞는 투자였다. 그러나 5만4천명에 이르는 북의 노동자들이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는 계를 조직한다는 것은 우리 투자도 무익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북도 남으로부터 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전력하고 있으나 남의 바람이 북으로 불게 하는 통로로서 개성공단의 전략적 의의는 크다.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 사이의 체제경쟁은 끝났으며 앞으로 남북 경제통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을 시사한다.

이 전략적 자산을 계속 유지하는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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