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강제추방’ 주도, 북한 당국자는 누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개성공단 입주자들이 전원 무사히 귀환하였다. 북한에서는 40분의 시간만 주고 추방하였다. 수많은 완제품과 부품을 고스란히 놓아두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김영철일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남북대결에서 이것은 다행(?)이다. 김영철은 김정은 위원장이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전광석화같이 초강경수를 단행하였다고 보인다. 지난번과 같이 인질을 잡고 요구를 해오면 대단히 난처했을 것인데 김영철은 ‘화끈하게’ 처리했다.
그의 계산을 짐작해보자. 개성공단이 되도록 빨리 재개되기 위해서는 서로 깊은 혐오와 의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금강산 관광이 아직도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얻은 학습효과일 것이다. 단전된 개성공단을 북한이 움직여봐야 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억 달러의 현금이 아쉬운 김정은이나, 초코파이에 중독된 노동자들을 보아서라도 개성공단은 하루 빨리 재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질을 잡는 것은 전략상 하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영철은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에서부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방부장관회담, 군사실무회담을 주도해왔던 사람으로 남북군사회담의 산 역사다. 현재도 정찰총국장이며 통전부장으로 대남비서로 불리고 있다. 그는 남북군사회담에서 잊을 수 없는 학습을 했다. 2004년 김영철은 장성급 회담에 소장(少將)을 내보내면서 남에서도 少將이 나오라고 요구했다. 남에서는 소장은 별 둘이니 북에서도 별 둘이 나오라고 맞받아쳤다. 북의 별 둘은 중장(中將)이다. 김영철은 남의 소장을 북의 중장이 상대하는 것은 감내할 수 없었다. 결국 북의 소장이 남의 준장(准將)을 상대로 장성급회담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선전 수단 중지가 목적인 북에서 장성급 회담에 안 나올 리가 없다고 확신한 우리 회담전략의 승리였다. 남북회담은 전장이다. 의지가 강고한 편이 이긴다. 김영철은 이때의 쓴 경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처럼 한 사람이 오래 동안 자리에 있지는 못하지만 그 경험은 철저히 인계되고 있다. 다행히 현재 국방부 장관, 정책실장, 대변인이 모두 김영철과 상대했던 경험이 있다. 전장에서 경험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국방부 진용에 비하여 통일부, 국정원, 청와대 진용은 경험이 떨어지더라도 국가안보회의에서 국방부의 경험을 활용하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성기 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중단을 결단하였다. 대통령이 확고하면 장관이나, 보좌관들은 일하기가 쉽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진용은 행운이다.
개성공단은 우리로서는 전략적 자산이다. 김정은을 길들이는 우리의 기도가 어느 정도 성취된다면 개성공단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걸릴 것이나, 북한이 살려면 반드시 이 길로 가야 한다. 이번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결단은 미국과 일본도 놀라는 조치다. 제2차 보이코트(secondary boycott)를 포함하는 미국의 초강경 대북제재와 맞물려 반드시 실질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것은 이미 설치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개성공단의 재개는 수많은 인력, 자재가 관계되는 일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정부는 다양한 법적,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러 일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단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의 단합이 기본이다.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