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샌더스와 김종인의 돌풍···남경필의 ‘연정+사회적 시장경제’ 성공할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은 앵글로 색슨-프로테스탄트의 WASP가 주류라고 해왔다. 그러나 WASP의 독주가 무너진 것은 사실 이미 오래다. 2차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는 독일계 이민의 자손이다. 케네디와 레이건은 아일랜드계다. 흑인 노예의 자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놀랍다. 이제 유태계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태인이 미국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킹 메이커와 킹은 다르다. 머지않아 히스패닉 계통의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 언젠가는 동양계, 아마도 중국계 5세가 대통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종 문제가 아니라, 미국사회에 회오리가 불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월가에 세금을 강화하여 공립대학 등록금을 무료로 하겠다” 등의 공약은 파격적이다. 록펠러, 모건이 정립한 주주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에 회의를 품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지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예일대 출신의 최고의 엘리트라는 간판은 독이 될 수 있다.
오바마도 공격한 트럼프 돌풍은 미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다. 미국사회는 “잘난 사람이 모두 가져가는(The winner has the all) 자본주의”에 실증내고 있다. 미국사회의 변화 폭과 방향은 정부의 선택을 넘은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김대중의 호남 정권은 단순히 한민당 이래 60년 만의 야당 집권이 아니다. 호남은 인구에서 영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대중은 충청과 연합한 DJP 연합으로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뒤를 이은 노무현 열풍은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고 왔다. 산업화의 성공이 가져온 노동자 세력이 노풍에 열광하였다. 반면에 강남은 얼어붙었다. 이것은 TK 중심의 자본주의를 시정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기도 하다.
김종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에는 적이 되어 만난 것이다. 김종인은 서강대 교수 출신이나, 고도성장을 주도한 남덕우와는 다른 철학으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사람인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성장 위주로 돌아가자 대통령과 결별하였다. 자신의 소신을 굽히고 호의호식하기에는 가인 김병로의 손자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인이 독일에서 받은 박사학위를 너무 우려먹는다고 하는데, 독일박사를 그처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독일은 사회민주주의의 원조 베른스타인의 나라다. 콜의 기민·자민당 연정은 사민당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독일 통일에 성공한 나라다. 1990년 통일 후 동독 출신의 메르켈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독일의 민주주의는 포용성이 넓다.
독일의 민주주의는 대중민주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결합된 것이 아니라 ‘연정체제와 공유적 시장경제’로서 개화되었다. 김종인 박사의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연정과 사회적 시장경제’에 관심 가지는 정치인, 가령 경기도 남경필 지사 등이 많아진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정치는 이러한 차원에서 새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