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항 해군기지’ 오키나와·시드니식 부가가치 제고는 원희룡 지사·도민 몫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민군 복합군항으로 짓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운용 시험에 들어갔다. 그동안 상당한 반대가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가 이 공사를 지속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평화의 미항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중국을 자극한다”는 것을 내세웠는데, 만약 중국이 그런 의도를 비친다면 더욱 제주도에 전략기지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강정항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세종대왕함이 입항하는 것을 보고서도 중국이 별 문제는 제기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도 그런 발상은 터무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아열대성 기후에 가까워 식물식생이 특이하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가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할 정도다. 옛날에 불로초를 찾는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복이 찾아온 곳으로도 전해진다. 서귀포에는 정방폭포가 있다. 백제를 멸망시킨 소정방이 이름지었다고 한다. 태풍이 불 때는 수천 척의 중국 선박이 피항한다. 중국이 눈독을 들여 언젠가는 “제주도는 본래 중국 땅”이라는 제주공정을 꾀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방공식별 구역이나 이어도를 두고 심심치 않게 신경을 건드린다.
제주 전략기지의 군사적 의의는, 제주 남방해역까지 가까운 중국의 해군기지에서는 8시간이 걸리는데 부산의 해군작전사 예하의 함정은 하루가 걸린다는 한마디로 족하다. 제주 전략기지에는 작전사 예하 7전단 전대가 강정항에 전개된다. 계획대로 해군의 증강이 이루어지면 동해의 1함대, 서해의 2함대, 남해의 3함대와 더불어 기동함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제주방어사령부는 해병대 중심으로 되어 있다. 해군과 해병대의 보강으로 제주도가 한국영역이라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 줄 것이다. 이 지역은 우리 해외 물동량의 99%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이다. 지금은 미 해군의 제해권으로 서태평양의 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우리 해군도 해상보안에 일정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아덴만작전 같이 해외로 장거리 출동하는 함정에 제주기지는 근접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 해군으로서는 강정항은 더욱 편리한 전진기지가 된다. 미 해군기지는 설치되지 않더라도 한국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여러모로 유용할 것이다. 항모가 입항하여 장병들을 풀어놓으면 강정항은 오키나와나 시드니와 같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 제주도에는 고르바초프, 장쩌민 등이 정상회담을 위해 다녀갔다. 한미일 외교, 국방 분야 3각회담도 여기서 자주 열린다. 환경문제 등 유엔 차원의 국제회의를 유치하기에도 적절하다. 2000년에는 남북국방부장관 회담도 열린 적이 있다. 제주도를 다녀간 대남담당비서 김용순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콘퍼런스 유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것이 제주도와 원희룡 지사가 지향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