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개성공단 중단’ 해제 위한 조건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은 군사령관 수준에서 전투를 중지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을 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평화조약(peace treaty)이 체결되어야 한다. 이 둘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1차대전은 1917년 11월 종식되었지만 베르사이유 강화조약은 1919년 6월에야 조인되었다. 2차대전은 1945년 8월 종식되었지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1951년 9월 체결되어 비로소 일본의 주권이 회복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강화조약 당사국으로 반드시 참가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1941년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일 선전포고를 했으나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연합국에 의해 참전국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자 김구 선생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으로 탄식한 것이 이 때문이다. 놀랍게도 1953년의 한국전쟁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에 준하는 역할로써 63년째 지속되고 있다.

평화협정에서는 포로의 교환, 영토의 확정, 배상금의 해결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정부 간의 협정이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의 비준을 거치면 조약이 된다. 그러나 상대국이 협정을 고집할 때 우리만으로 조약이 되지는 않는다. 한미행정협정이 그 예다) 이들은 대부분 정전협정에서 이미 다루어진 것으로 평화협정에서 다룰 사안은 거의 없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은 국교 회복인데 한·러, 한·중 수교로 이 문제도 거의 해결되었고, 남은 것은 유엔 참전국과 북한의 수교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북한의 국교 수립이 관건이다. 미국은 북한 핵 비핵화를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는데, 최근에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이 이를 두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미 평화조약을 주장하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명분으로 써먹으려 하는 것인데 이것은 전혀 어긋난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의 문제이지, 북한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에서도 1998년 국가안보회의상임위 결정을 통하여 명확히 한 바 있다. 오늘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 상대를 넘어서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물며 중국이 북·미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주한미군 위상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추궈홍 중국 대사가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 관계는 순식간에 파괴된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사드에 대해서 미 태평양사령관은 주한미군을 위해 필요하다고 군사적 관점에서 주장해왔는데 국무성에서는 대북 제재를 위한 대중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이든, 양국은 외교·국방 당국간 협의를 통해 대북, 대중 압박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언제 풀려야 되는가?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는 달러는 모두 김정은의 금고로 들어가서 핵과 미사일 개발, 김정은 일족의 사치생활과 간부를 회유하는 통치자금으로 사용되었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 이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인 바, 개성공단 재개는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2.16선언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될 것이다. 이보다도 현재 장마당 시장의 활성화로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3만명에 육박하는 탈북자의 200억원으로 추산되는 대북송금으로, 우리는 대북 심리전과 함께 이 요소를 더 활용하는 영활(靈?)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틀과 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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