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방문 마친 오바마 다음 차례는 북핵 해결?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근 쿠바 방문은 오랫동안 미국과 쿠바의 단절을 회복한 역사적인 일이다. 쿠바는 미국의 코앞에도 있지만, 헤밍웨이 작품에도 많이 나오듯이 미국인에게 익숙한 나라이다. 미국이 1898년 미·스페인전쟁에서 세계 제1의 해군(second to none)으로 승리, 쿠바와 필리핀, 푸에르토 리코와 괌을 얻은 이래로 쿠바는 미국의 앞마당이었다. 쿠바는 이제 미국과의 국교 회복으로 ‘국제적 문둥이’에서 벗어나 서구에 복귀하게 되었다.
1961년 케네디 정부가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CIA가 쿠바 반정부 세력을 지원한 피그스만 침공 실패는 2차대전 후 압도적 패권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미국이 겪은 엄청난 fiasco(대재앙)였다. 당시 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국장 등 케네디의 외교·안보 진영은 당대의 수재였으나, “선거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하여 불안을 표시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우려가 적중하였다. 케네디는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흐루시초프의 소련을 굴복시킴으로써 절정에 올랐지만, 이때의 실패는 큰 교훈이 되었다.
필리핀에 미군이 돌아왔다. 미국은 냉전시대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보다도 추가하여 더 많은 기지를 얻었다. 이것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팽창에 큰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의 사드배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호주와 뉴질란드, 한국과 일본도 이를 거점으로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고 쿠바와 국교를 수립함으로써 오바마의 외교는 큰 단락을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의 관계다. 이것은 훨씬 어려운 과제다. (북한핵의 IS에의 유입 가능성은 차원이 다른 국내 시나리오다) 이란과 쿠바는 오랫동안 미국 자본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라다. 그러나 김정은은 미국의 힘을 제대로 모르고 미국의 혜택도 실감하지 못한다. 그는 시대가 한참 지난 봉건영주다. 시진핑이 이를 깨우쳐 주어야 할 터인데, 그는 오히려 김정은이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이것이 속내다. 박근혜나 오바마는 이를 정확히 꿰뚫고 대처해야 한다.
오바마의 북한핵 대책도 케네디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과정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지금까지 미국으로서 북한핵은 태평양 건너 저 멀리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미국이 북한핵의 실전배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대북 핵정책이 실패하였음을 인정하기 싫어서다. 그러나 싫든 좋든, 현실은 부정한다고 하여 변화될 수 없다.
케네디가 쿠바 주변을 미 해군으로 봉쇄하여 소련의 접근을 차단한 것은 오늘날 유엔에 의한 엄격한 대북제재와 같다. 그럴수록 한미 양국은 대북전략에서 능소능대 굴신(能小能大 屈伸)을 자유자재로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여야 한다. 4자회담에 가려 밀려나 있던 일본과 러시아의 역할이 강화되도록 한국과 미국은 작용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IS에의 북한핵 유입은 신강(新疆)과 서장(西藏)의 분리주의자에의 북한핵 유입과 같은 끔찍한 악몽임을 시진핑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이를 헤쳐나가고 국민을 단결시켜 할 시점에 우리 정치는 최악이다. 그럴수록 보다 창의적이고 융통성 있는 외교 안보 분야의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