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3주역은 바이체커 대통령·콜 수상·겐셔 외상···남북통일 3걸은 누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이탈리아는 1861년에야 통일되었다. 사르데냐 국왕 임마누엘, 수상 카부르, 애국지사 가리발디를 ‘통일의 3걸’이라고 부른다. 통일되기까지 이탈리아는 비엔나인, 밀라노인, 피렌체인이라는 정체성은 있었으나 이탈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은 별로 없었다.

1871년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프러시아의 국왕 빌헬름 1세가 독일 황제로 즉위하여, 1805년 나폴레옹에 의해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된 이래 영방국가(領邦國家)로 나뉘어 있던 독일이 통일되었다. 독일 통일의 3걸은 국왕 빌헬름 1세, 수상 비스마르크, 참모총장 몰트케다.

1990년 독일통일의 3주역은 바이체커 대통령, 콜 수상, 겐셔 외상이다. 콜 수상의 활약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바이체커 대통령은 1985년 2차대전 종전 40돌을 맞아 “과거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미래에의 출발이 된다”는 의회연설로 독일 국민을 각성시키고 유럽인의 신뢰를 얻은 현인이다. (이 연설은 피히테의 “독일국민에 고한다”나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비길만한 명연설이다.)

겐셔는 10년 넘게 외무부장관을 하며 소련과 미국, 영국과 프랑스의 신뢰를 얻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발트하임이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되었는데 후에 나치 전력이 밝혀져 물러났다. 유럽인은 이만큼 철저하다. 그러기에 문명인이다. 성노예를 부정하는 아베를 지지하는 일본인과 대비된다.

우리 통일준비도 독일에서 본받아야 한다. 준비하고 있으면 어느 날 기적같이 온다. 남북관계는 원칙을 견지해야 하나, 아울러 융통성도 가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때 북한은 다섯 번이나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많은 식량, 비료, 현금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천안함 침몰에 대해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했어야 한다. 이것은 원칙이다. 그런데 이것은 속은 시원하나, 사실상 북한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북은 ‘동족으로서 유감’ 정도로 하자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수용하지 않았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시작해 중간점을 찾는 협상을 계속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결론이 “We agreed to disagree”로 끝나더라도 말이다. 이것은 융통성의 차원이다. 남북관계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융통성도 갖추는 인재, 겐셔와 같은 통일부, 외교부 장관이 열쇠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잡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길은 어떻게든 열어놓아야 한다. 물론 대북지원은 투명해야 한다. 김정은 왕조 일당이 중국에 되팔아서 저들의 주지육림에 쓰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지원, 특히 현금 지원은 북쪽의 버릇만 나쁘게 만들었는데, 이것의 재판은 안 된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동족 대한민국에 진정으로부터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지원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악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일에는 주변국과 조율을 하되, 기아선상에 있는 북한 동포를 구휼(救恤)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목적(goal)과 목표(objective)를 구별해야 한다. 통일은 우리의 꿈이요, 비전이며, 목적이다. 그러나 목표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현 단계의 목표는 남북접촉을 통한 긴장완화요, 화해 협력이다. 북한 핵을 포기시키되, 6자회담 등을 통해 핵이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것을 이해, 설득시키는 것이다.

통일은 바이체커, 콜, 겐셔와 같은 지도자가 비로소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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