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말바꾸기 美 “필요하면 한국이 구매하라” 때 한국 대응책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사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고도의 정치·군사 게임을 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중국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대성공이다. 북한은 이제 과거 일본에 대한 ABCD 봉쇄와 같은 국가봉쇄를 당하게 되었다. 김영철은 “북한은 어떠한 제재도 이겨낼 수 있다”고 큰소리 치나 이번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서 더 큰 소득은 추궈홍(邱國洪) 중국대사의 도발성 발언 등으로 불거진 한국 국민의 극도의 대중 경계다. 김정은에 대한 대책 협의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를 며칠이나 받지 않다가, 자정에 일방적으로 거는 시진핑의 무례하기 그지없는 대국주의 언동에 한국 국민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중국은 지금까지 “반미면 어때?” 하는 노무현 정권 이래의 정서를 자극해 한국과 미국을 벌려놓으려는 공작을 꾸준히 벌여왔다. 그 성과는 전승절 행사에 한국 대통령이 참관하는 망외의 소득으로 절정에 달했다. 극도로 불쾌하던 미국은 이번에 사드로 한국과 중국을 벌려 놓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된 셈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협의에 합의한’ 것”이라고 한발을 빼는 미측의 발표는 한국 국방부를 당혹케 한다. 거기다가 “사드가 필요하면 한국이 구매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사드를 판매하는 록히드 마틴만 신나게 만드는 셈이다. 그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미국보다 한국이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미사일 방어를 구성해야 된다. 안보 국방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사드 이후 미국은 어떻게 전과를 확대하려 할 것인가? 십중팔구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한미일 연합해군훈련으로 태평양 제해권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미 해군 항모전단은 12개다. 중국은 한 개다. 현재 중국 해군은 미국 해군의 5분의 1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해군은 대서양, 태평양으로 양분되어 있으나, 태평양에서는 막강한 일본 해군력이 메워줄 수 있다. 제주도 전략기지에 포진한 한국 해군기동전단도 만만치 않다. 이 연합해군훈련에는 호주도 당연히 참가할 것이고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몰리던 아세안(ASEAN)의 필리핀과 태국 등도 합류할 것이다. 이 거대한 연합함대는 남중국해를 자신의 앞바다로 만들려는 중국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납작하게 꺾어 놓게 될 것이다.

중국이 두려워했던 한미일동맹관계 강화가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군사적 압도를 바탕으로 중국과 ‘새로운 대국관계’를 설정하는 숨고르기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치킨 게임으로 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키신저와 주은래가 미·중관계를 튼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명제였다. 이것이 흔들린 것은 G-2가 된 이래 부쩍 심해진 중국의 오만해진 행보에서다. 시진핑의 중국은 一帶一路의 세계전략을 공언하면서 미국을 곳곳에서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馴致하려 한다.

이제 중국의 8% 경제성장이 무너지고 경착륙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틈을 타 소로스가 위안화를 공략하고 있다. 대만, 홍콩에서는 一國兩制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이런 큰 그림을 전제로 지혜로운 한중관계를 모색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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