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화 안 받는 ‘시진핑의 무례’ 책임은 누구한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냉전 당시 일본이 아시아에서 대소(對蘇) 봉쇄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축이었다면, 21기에는 한국이 미국의 아태전략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미군 장성들과 자리를 갖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는 ‘fought together’ 관계지만 일본과는 ‘fought against’ 관계였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고는 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경고와는 달리 미·일관계는 미영과 같은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를 넘어 밀월관계(honey moon)를 지향하고 있다.
한미전략동맹의 대상은 북한을 넘어서야 한다. 중국은 세계의 제해권을 노리고 있다. 미국 학자들이 G2라고 하면서 중국을 치켜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국력은 냉전당시 소련에 훨씬 못 미친다. 최근 중국의 보칠(保七, 7% 성장 확보)이 무너진 것을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고속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여 중국이 21세기 중반에는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20세기 들어 세계제국을 꿈꾸던 독일, 일본, 소련을 차례로 거꾸러뜨린 나라다. 미국은, 미국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영국, 캐나다, 호주는 미국과 같은 말을 쓰고 피를 나눈, 우리의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같은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연대(連帶)를 지닌 나라들이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영국이 장악 아래 있던 지브롤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케이프타운을 돌아서 인도와 세일론에 기항하지 못했다. 겨우 프랑스 지배 하의 캄란만에서 석탄을 실고 대한해협으로 기진맥진 들어와서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연합함대의 밥이 되었다. 세계 해전사상 드문 일본해 해전의 승리는 이렇게 하여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도고도 자신을 넬슨에 비교하는 것은 모르나, 바다를 건너는 일본군을 23전 23승, 모조리 격파하여 풍신수길(豊臣秀吉)의 명(明) 정복의 야망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이순신에 비유하는 것은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시진핑의 중국이 21세기의 정화(鄭和) 함대를 꿈꾸지만, 세계의 해양질서는 아직도 미국과 영국의 장악 아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모르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세계경략을 꿈꾸는 중국 엘리트들은 등소평의 도광양회 결부당두(韜光養晦 決不當頭)를 항상, 깊이 씹어 보아야 한다. 아베의 일본은 20세기 영일동맹과 같이 21세기에 미국에 충성하겠다고 온갖 정성을 다 하고 있다.
유소작위 돌돌핍인(有所作爲 乭乭逼人)하는 시진핑 중국의 부상은 일본이 평화헌법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회 유력자가 아베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아베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전승절 행사에서 천안문 성루에 선 박근혜 대통령을 미국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을가? 박 대통령의 전화도 받지 않는 상상할 수 없는 무례를 저지르고 있는 시진핑이다. 이것은 잊어서는 안 될 국치다. 우리 외교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외교부 장관은 자진(自盡)해야 한다.
우리 국가전략의 기본은, ‘한미전략동맹이 21세기의 영일동맹’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드에 대한 문제도 이 기본 즉 안보와 국익에 입각해야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