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대만지진과 백두산 폭발, 그리고 북한핵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대만에 상당히 강력한 지진이 나서 피해가 크다. 중국 공산당도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문제는 지진이 대만에 전혀 낯선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만은 ‘화산왕국’ 일본과 같은 환태평양지진대에 걸쳐 있다. 얼마 전 충남 홍성이 진앙이 되어 서울에서도 미진을 느낄 수 있던 것처럼 우리에도 지진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남의 일’(the unthinkable)이 아니다.

고대 서양문명을 활짝 꽃 피운 그리스문명 이전에 오리엔트에는 이미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에게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 문명은 역사로 전해진 것도 있지만 신화로 전해진 것도 많다. 19세기 고고학자들은 호메르스의 일리아드의 고장 트로이가 실재하였음을 발견하였다. 플라톤이 이야기한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는 크레타 섬 인근의 테라가 폭발하여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련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단서로서 한때 海東盛國으로 불리던 발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 거란의 침공만이 아니라 백두산의 폭발로 함몰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도 백두산이 사화산이 아니라 휴화산이어서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한반도는 물론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본 화산학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나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대비 가운데는 북한핵도 포함된다. 북한의 소위 ‘수소탄 실험’이 휴화산 백두산을 잠에서 깨어나게 할 가능성은 충분히 상정할 만하다. 핵은 아무나 가져서는 안 된다. 핵을 P-5(Possessor,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책임질 수 있는 나라에 제한하고자 하는 NPT의 논리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CCTV에 찍힌 사진에서 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가 젊다고 깔보는 거야” 라며 고급군관을 총살시켰다고 알려진 김정은에 핵을 맡겨 두는 것은 그래서 위험천만이다. 북한핵이 국제적 관심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장백산(백두산의 중국 이름)을 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핵이 한국, 일본, 미국의 문제라고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한핵은 언젠가는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 국가 간에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은 철칙이다. 북·중관계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중국은 소련과, 70년대에 월맹과 전쟁까지 이르러 패퇴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략판단에서는 의지보다도 능력을 보아야 한다. 의지는 가변이나 능력은 불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와해되는 과정에서 핵물질이 티베트, 위구르의 독립운동가에 흘러들어 테러로 쓰일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북한이 일찍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가졌으나, 핵개발이 본격적으로 진전된 것은 소련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흘러들어간 기술과 시설이 결정적인 것이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극단적 가정이다.

그러나 북한핵 실험이 백두산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은 실재(實在)하는 위험이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중국의 동북은 1000여년 전 발해가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지듯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중국 전략가들은 안보상황을 보다 넓게, 보다 깊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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