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김정은·트럼프 ‘치킨게임’ 막아내려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이만도(李晩燾, 1842~1910)의 <향산집>(響山集)에 “우리나라는 안팎이 산하로 둘러싸여 있어서 막강한 나라다”(我東表裏山河, 莫强之國也.)라는 말이 나온다. 이만도 선생은 퇴계 이황의 후손으로 1895년(고종32)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내리자 이에 항거해 의병을 일으킨 구한말의 우국지사다.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나라가 병탄되자 향산은 유서를 쓰고 단식 24일 만에 순국하였다. 향산이 병인년(1866)에 성균관 대사성에 제수되었을 당시 서양의 군대가 강화도를 함락하여 민심이 흉흉해지고 피난하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자 향산은 임금께 이와 같이 진언했다.

“우리나라는 안팎이 산하(山河)로 둘러싸여 있어서 막강한 나라입니다. 수양제(隋煬帝)와 당태종(唐太宗)이 온 천하의 병력을 동원하고 사해의 재물을 다 쏟아부었으나 고구려 한 성(城)의 전투력을 당해 내지 못하여 천하 후세에 비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태평세월이 오래되어 백성들이 전쟁을 모르지만, 저들은 숫자가 적고 우리는 많으며 저들은 사악하고 우리는 정의로우니, 많은 수로 적은 수를 제압하고 정의로 사악함을 토벌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비록 갑옷을 버리고 맨몸으로 싸우게 하더라도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니, 오로지 민심을 수습하고 충성스럽고 용맹한 이들을 격려하기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150여년 전, 한 지사(志士)의 적극적인 역사의식과 냉철한 형세판단,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정이 이 몇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한 지 1년만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대륙간탄도로케트(IBC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핵실험의 에너지 위력은 4차 핵실험(지난해 1월6일)보다 11.8배, 5차 핵실험 대비 5~6배 큰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에는 ‘미치광이 대 미치광이’의 대결이 이어지는 형국이 되어가는 것 같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트럼프도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역설적 안정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으나 ‘미치광이 이론’은 한반도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인 양하는 트럼프, 김정은이 벌이는 ‘치킨게임’ 같다.

국내외 언론들은 역대 최대 규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레드라인’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골칫덩어리로 부상했다.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 리스크’가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 레드라인을 밟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북한을 완전히 고립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대국이고 군사력도 북한에 뒤질 정도는 아니다. 만약 이 땅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간 우리가 이룩해 낸 이 나라는 물론 북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원불교의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은 우리나라를 ‘어변성룡’(魚變成龍)이 되는 나라라고 전망했다. 물고기가 변해용이 된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뜻은 핵폭탄이 아니고 도덕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핵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다는 가르침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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