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개혁과제]외교안보③ 박근혜정부 ‘통일대박’ 속히 폐기해야
-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트럼프와 시진핑?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이종수 행정대학원 교수)은 ‘새정부의 혁신방향과 전략’을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5차에 걸쳐 기획세미나를 엽니다. 이번 세미나에선 △한미동맹의 재창조 △행정-입법 관계 및 정당·선거제도 발전 △정부 개혁 △공기업 혁신 △국정원 및 검찰 개편 등의 5개 분야에 학계·언론계·법조계 전문가가 참여해 발제 및 토론을 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16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한 한반도평화구축’ 발제문을 4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사드 문제해결 방안으로 트럼프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사드배치 유보 대신 주한미국 주둔 분담금의 획기적 증액을 요구하는 딜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ABC에 따라 오바마의 작품인 사드를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추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드 문제는 정권교체 후 미국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은 트럼프의 외교의 특성을 파악한데서 도출한 혜안임이 드러나고 있다.
만약 사드를 대체할 요격미사일이 있으면 트럼프는 사드를 버리고 그 요격미사일로 대체하려할 것이다. SM-3는 사드의 대체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사일방어체계로 사드보다는 SM-3 해상요격미사일체제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SM-3는 레이더 탑재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로서 미일이 공동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배치 시작단계에 있다. 따라서 사드는 배치냐, 철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발사 사드를 해상발사 SM-3로 대체하고 한국은 미군 주둔비를 인상해주는 딜이 실용적이고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SM-3로 대체하면 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완성되고 한국이 미일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사드나 SM-3 배치문제는 한국을 배제한 채 미중 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항상 미국의 한국제치기(Bypassing Korea)와 북한의 通美封南을 가장 경계해야 하다. 여기에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한미정상회담
문재인대통령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축하전화를 걸어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한미동맹·한미통상 문제를 포괄적으로 패키지 딜(package deal)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서 물밑에서 비밀리에 워싱턴정상회담을 사전준비하고,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어젠다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북 포용정책은 전략적이지 못하였다: 무조건적인 ‘뭍지마포용정책’(unconditional engagement)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은 제2기 햇볕정책 또는 스마트 포용정책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외교는 스마트파워(Soft Power 연성권력+Sticky Power 점성권력)에 기초한 외교다. 스마트외교는 하드파워의 비중을 줄이고 연성권력과 점성권력(?性權力, 경제적 지원과 북한의 IT화 지원을 통하여 북한이 스스로 우리에게 달라붙어서 도와 달라고 애원하게 만드는 권력)의 비중을 늘리는 외교다.
4차산업혁명 또는 지능정보사회(intelligent information scoiety)의 외교는 ‘똑똑하고(지능적 intelligent), 전략적 (strategic)인’ 스마트외교가 되어야 한다.
대북 ‘스마트포용정책’의 3원칙
MB의 대북정책은 정경연계(linkage approach) 정책이었다. MB의 ‘비핵개방 3000달러’는 전형적인 정경연계형 조건부적 포용정책으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북한에 의해 거부되어 실패하고 말았다.
개성공단·금강산·한반도횡단철도를 TSR과 TCR과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를 완성하려는 프로젝트는 정치·군사적 변화에 상관없이 경제적 논리를 가지고 추진하고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정경분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제통일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유럽통합도 정경분리에서 시작해 어느 수준에 올랐을 때 정치적 패키지 협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성공하였다
한미동맹 우선주의로
강력한 한미동맹은 狐假虎威 전략을 가능하게 해준다. 한미동맹이 굳건해서 미국을 등에 업었을 때 한국의 대 중국, 대 북한, 대 일본 협상 지렛대가 가장 컸고, 커질 것이다.
한미동맹은 공공재(public goods) 즉 무임승차(free riding)의 유혹이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유지비용을 자발적으로 내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국의 방위우산으로 보호받는 만큼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방위비 부담의 정당성을 지지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대미·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줄여야한다
북한과의 협약도 한미동맹이 튼튼해야 준수·이행될 것이다. 북한의 협약이행은 미국의 상응한 협약준수와 한국의 추가지원으로 협약이행이 준수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동시에 ‘워싱턴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전쟁은 워싱턴에서 결정되었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워싱턴에서 트럼프의 대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계·관계·학계 그리고 특히 재계에 미국도 스마트 포용정책으로 전환하도록 로비를 해야 한다. 워싱턴외교는 한미동맹이 굳건할 때만 가능하다.
북한체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통일대박) 폐기해야
북한체제 붕괴론은 1991년께부터 나왔으나 근 30년 동안 북한은 여전히 끈질긴 생존능력을 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3대세습을 성공시키고 핵능력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체제붕괴론의 가정에 근거한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무력에 의한 강제적 체제붕괴는 남한에 더 큰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북한은 핵도발로 “잃을 것은 거의 없고 얻을 것은 많은” 반면에, 남한은 북한의 작은 규모의 포격에도 엄청난 재앙적인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워싱턴 외교를 통해 북한붕괴론을 폐기하게 하고 스마트 포용정책에 따라 실용주의적으로 북한과 미국 간에 북미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교환하는 빅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나이든 세대는 전쟁이 나도 전장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무책임하게 북한과의 전쟁을 들먹인다. 부시가 이라크침공을 감행하려 하자 베트남전쟁 영웅이자 3성장군 출신인 척 헤이글(Chuck Hagel) 공화당 상원의원은 “꼭 군에 가지 않은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전쟁을 push-button 컴퓨터 전쟁게임처럼 생각하고 전쟁단추를 누르려 한다. 그들은 실제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군에 가지 않은 딕 체이니 부통령, 민방위군에서 한가하게 병역의무를 형식적으로 한 조지 부시와 같은 전쟁광(warmongers)들을 비난했다.
북한 비핵화 정책의 어제와 오늘
북한 비핵화 정책은 오바마 정권 말기(2016년) 미국의 케리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사실상 합의한 ‘투트랙 병행정책’(Two-Track)에 기초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지지한다고 공식선언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미국은 안보리 대북제재안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받기 위해 투트랙과 사드배치 유보라는 양보를 함으로써 가능했다.
투트랙(two track)은 북한이 원하는 북미평화협정과 미국이 원하는 북한비핵화를 동시에 병행추진한다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제안이다. 그러나 왕이와 케리의 잠정합의 이후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정책을 고집함으로써 투트랙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 후 왕이는 계속 투트랙의 유용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투 트랙은 아직 살아있는 협상의제이고 투트랙협상은 트럼프 정부와 왕이 외교부장 사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윌리암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헤커 전 로스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 소장은 현재 북한의 핵능력이 기왕의 CVID nuclear dismantling(포괄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가능한 핵 폐기)는 실현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북핵의 폐기보다는 통제 (containing, 또는 동결)이고 이를 위해 3 Nos Policy (No new development, No new weapons, No transfer of nuclear weapons technology to third countries)를 채택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트럼프의 외주 전략 측면지원
트럼프는 북한문제 해결을 중국에 외주를 주고 그 대신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완화시켜주겠다는 구상을 유세 중에 밝혔다.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중국이 외주를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문제의 중국외주 전략은 미국에게는 북한핵 폐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중국에게는 북한이 자신의 영향권 하에 있다는 것을 확인받았다는 명분상의 이익이 있다. 또 러시아의 푸틴에게는 중국이 외주를 거부했을 때 중국으로 하여금 외주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회초리의 역할을 함으로써 동북아 정치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전략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게는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큰 짐을 중국 손을 빌려 해결할 수 있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잇점과 중국에 북한문제 해결을 맡겼을 때, 중국은 적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익이 있다.
경중안미(經中安美)서 동북아지역 안보공동체로
박근혜의 經中安美(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 정책은 기회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중국과 미국 모두 불만을 싸게 하여 파산하였다. 그러므로 중국에게는 미국이 Rebalancing(Pivot to Asia) 정책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거대한 초승달’ 전략(Great Crescent, 중동에서 가라후토까지 거대한 초승달 모양의 대 중국 포위선, Dean Acheson)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즉 NATO와 같은 미국이 참가하는 동북아지역안보공동체를 결성하여, 미국과 중국이 같이 동아시아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하여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데 한국이 앞장서 준다면, 중국의 반한 분위기를 누그려 뜨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일본과 달리 중국경제와 한국경제는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보완관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력할 공간이 넓다. 그러므로 미국의 보호주의 공세와 재투입(reshoring) 공세에 대해 한중은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중국이 혐한에서 한류로 돌아서면 중국시장을 확대하고 중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호기가 마련될 것이다.
한미일 3각동맹의 중요성 약화
트럼프가 오바마의 Rebalancing 정책을 폐기하고 트럼프의 아시아에서의 철수가 가속화될 경우 한미일 3각군사동맹의 필요성은 감소하고 일본이 이러한 3각동맹을 구축하여 동아시아에서 맹주가 되려하는 아베의 꿈도 날아가 버릴 것이다. 따라서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을 폐기 또는 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오바마는 이념에 기초한 동맹을 주장해서 사회주의 중국을 포위하는 냉전적인 재균형정책을 들고 나왔으나 트럼프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 확대하면서도 이익에 기반한 실용주의적 딜(deal)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만큼 일본의 중요성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이 트럼프의 절친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러시아와 푸틴 카드로 중국을 억제하고 무역과 경제문제에 있어서 일본을 다스려 나갈 것이다. 아베는 부인의 부패 스캔들과 함께 이제 지는 해가 되고 있다.
위안부·독도·역사교과서 문제: 근린외교관계의 장애물
아베는 한국의 혼란을 틈타 한국에 내정간섭적인 요구를 서슴치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아베의 요구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세계화로 국제주의가 상승했으나 브렉시트, 트럼프당선으로 다시 보호주의, 민족주의, 고립주의가 부상하고 있는데 아베는 이에 편승하여 군국주의적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를 동아시아 국가들에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국제주의적 근린외교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일관계의 개선은 없다고 단호히 못박아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류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국수주의적 아베정부와 한국을 사랑하는 한류 일본인들을 분리해서 다루겠다는 것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수상의 ‘한일신시대선언’은 아직도 유효하며 아베는 빨리 오부치 수상이 김대중대통령과 같이 추진한 동아시아 이웃나라와의 국제주의적 근린 (선린)정책으로 복귀하라고 선제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