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개혁과제]외교안보② 對北 ‘스마트 포용정책’, 중국은 ‘실용적 동반자’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이종수 행정대학원 교수)은 ‘새정부의 혁신방향과 전략’을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5차에 걸쳐 기획세미나를 엽니다. 이번 세미나에선 △한미동맹의 재창조 △행정-입법 관계 및 정당·선거제도 발전 △정부 개혁 △공기업 혁신 △국정원 및 검찰 개편 등의 5개 분야에 학계·언론계·법조계 전문가가 참여해 발제 및 토론을 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16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한 한반도평화구축’ 발제문을 4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동맹’(New Era New Alliance), 스마트한 동맹으로 재창조(reinventing)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배치, 주한미군 주둔비용분담, 한미FTA 개정, 한일정보공유없이 미국과 정보공유강화와 같은 현안을 패키지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딜(거래)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드에 대한 대안은 많다.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사드배치 취소 그리고 사드를 해상요격미사일(이지스함 발사 요격미사일) 체제로 대체하는 딜(거래)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전쟁 방지 위한 북핵 위기대응
척 헤이글 미국방부 장관은 네브라스카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이었지만 오바마 민주당 정부 2기의 국방장관이 되었다. 척 헤이글 장관은 본인이 베트남전쟁 참전한 3성장군 출신 전쟁영웅이었고 동시에 전쟁의 참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다. 척 헤이글 장관은 “군대도 안 갔다온 ‘아이들’이 전쟁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민방위 출신 부시와 군 면제자 체니와 같은 전쟁광들을 비판하여 전 미국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인기 급등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헤이글 상원의원과 같이 특전사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전쟁의 참상을 알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지도자를 최악의 지도자로 알고 있고, 온몸을 바쳐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려한다. 그는 지도자는 모름지기 모든 힘을 다하여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지 않도록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데 대통령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전쟁은 버튼을 눌러서 하는 가상 컴퓨터게임이 아니다. 전쟁은 엄청난 인적·물적 파괴를 수반하는 한민족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컴퓨터 게임하듯이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해서는 안 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전쟁을 막아야한다.
대북정책: 스마트 포용정책
문재인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와 번영정책’을 계승하되, 대북 포용정책을 새로운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맞추어 스마트하게 재조정하여 ‘햇볕정책 2기’ 또는 스마트 포용정책으로 변환하여 좀더 실현가능하고 유효한 포용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대중정책: 실용적 동반자
박근혜정권의 경중안미(經中安美) 정책은 경쟁하는 두 강대국으로부터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실현불가능한 모순적인 정책이었다. 그 결과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을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외교적 파산을 초래했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보무임승차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을 우선하는 박근혜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고, 박근혜가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과 나란히 서서 사열하는 사건에서 폭발하였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실익을 취하면서도 안보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기존의 대북 화해정책을 백지화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미국의 대북제재에서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데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결국 박근혜정권은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배제당하는 패싱코리아(Passing Korea)를 자초하고 말았다.
문재인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당당하게 “우리는 한미동맹을 기본지주로 삼아서 안보를 보장받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러나 우리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과 교환을 원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중국과 안보와 경제에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사드(THAAD)는 현재 시점에서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미시적 요인이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한중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을 동북아안보지형의 변화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G2경쟁이라는 큰 틀(숲)에서 미국의 대 중국포위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사드는 그 거대한 저항의 단편(나무)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면서 우리의 중장기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숲의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은 트럼프로부터 북한문제를 대신 해결하라는 외주자(Outsourcing)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 만약 중국이 아웃소싱 역할을 받아들이면 동북아에서 미중 간 협력구도가 형성되고, 한국은 새로운 동북아안보 ‘숲’ 속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나무’ 공간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대일정책: 이익공유 근린국가
일본과의 외교도 민족주의적 감정(passion)보다는 공유된 이익(shared interests)에 기초한 근린외교를 펼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아베의 감정(passion)에 기초한 민족주의·국수주의·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아베가 군국주의 외교(위안부배상·소녀상·독도·역사교과서 등)를 포기하는 것을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설득하는 워싱턴외교를 펼쳐야 한다. 아베가 군국주의 외교를 포기하면, 개방과 협력이라는 포지티브한 김대중 대통령 시대의 개방적 한일관계 정책을 부활시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한류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주의: 21세기의 잭슨주의
트럼프는 첫째, 21세기의 잭슨주의자(Jacksonian)이다. 잭슨대통령은 보통·평등 선거권이 실시된 이후 당선된 첫 대통령으로 보통사람들의 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다. 잭슨대통령은 건국 초기의 워싱턴·매디슨·제퍼슨과 같은 엘리트주의 민주주의에서 산업혁명기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대중민주주의로 전환시킨 대통령이다.
잭슨주의 외교는 보통사람들의 표에 관심을 두는 외교로서 국내중심주의·고립주의·미국제일주의·실용주의·이익에 기반한 외교·민족주의, 그리고 강한 미국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둘째, 트럼프는 대기업 오너 출신의 정치가다. 따라서 트럼프는 상인정신(merchant leadership)과 이념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하고 있다.
셋째, 트럼프는 잭슨주의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from Offshoring to Reshoring)를 선호한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으로 투자유턴(Reshoring)을 하도록 유인하고 압력을 가한다. 외국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기업뿐 아니라 중국·일본·한국 기업도 미국에 수출만 하지 말고 직접 투자해서 공장을 세우라는 미국 재진입(Reshoring) 정책과 한미FTA 개정, 중국상품에 대한 관세인상, TPP 가입철회를 추진하고 있다.
넷째, 고립주의(isolationism)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경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치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 힘의 철수로 나타난다. 따라서 한미일 3각동맹은 오바마정부 때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크며, FTA에 있어서는 다자주의보다 양자주의를 선호한다.
‘아시아로 이동’서 ‘아시아로부터의 이동’으로
트럼프는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계승하기보다 단절을 꾀한다. 대표적으로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이동’(Pivot to Asia, 또는 Rebalancing) 정책을 폐기하고 ‘아시아로부터의 이동’(Pivot from Asia)으로 변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TPP 탈퇴다.
아시아로부터의 이동이 현실화되면 한미일 3각동맹에 대한 공약(commitment)도 약화될 것이고 주한미군·주일미군 지상군도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FTA 정책에 있어서 다자주의(multilateralism)보다 양자주의(bilateralism)를 선호한다.
대한, 대일 정책: 역외균형전략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미국안보의 핵심적 이익(vital interests)을 지켜주는 동맹이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군을 철수할 수 없고 유지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미군의 주둔 비용을 줄이면서 한미·미일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다. 미국은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로서 지상군의 규모를 줄이면서 압도적인 해군과 공군 전력으로 보강하고, 전략핵무기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축소된 지상군 주둔비용은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이 분담하게 하여, 미국은 시퀘스트를 피하면서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
대중국 외주전략
첫째, 대중국 외교에서 트럼프는 오바마의 중국봉쇄(containment)와 억제 일변도 전략에서 실용주의적 거래외교(transactional diplomacy)로 전환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는 중국에게 북한비핵화를 비롯한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라는 외주(outsourcing)를 주어서 중국이 자체 비용과 노력으로 북한문제 해결하게 하도록 압박과 유인을 할 것이다.
셋째, 북핵해결을 위한 중국 외주전략(outsourcing strategy)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다. 중국은 북한문제 외주를 받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트럼프는 △중국제품 45% 관세인상 △중국에 대한 불공정거래국으로의 지정 유예 △THAAD 배치와 가동 연기 등의 양보와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외교는?용미주의(用美主義)로?
문재인대통령의 대미외교의 기본방향은 트럼프주의(Trumpism)를 활용한 ‘한반도 평화만들기’(Crafting Peace in Korean Peninsula)가 되어야 한다.
기존의 ‘가치(이념)에 기초한 동맹’(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유)에서 ‘이익공유에 기초한 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이 트럼프주의에 맞는 동맹정책이다. 이익에 기초한 동맹은 트럼프식 빅딜외교에 조응하여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다.
전통적 미국외교는 초당적이고 연속성을 중시하였다. 2001년 부시정권 등장 전까지는 미국은 초당적 외교의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부시가 ABC(Anything But Clinton) 외교정책을 전개한 이후 민주당의 오바마도 부시 정권말기 한국과 북한 간에 타결한 9.17선언(2005년), 2.13선언(2007년)을 계승하지 않고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자신만의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8년 동안 지속시켰다.
트럼프가 들어선 이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trategic patience)는 폐기되었다. ABC가 새로운 미국 외교전통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는 사드가 오바마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SM-3와 같은 대체제를 구하거나 중국과 바게인(bargain) 해서 미중 간에 적당히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ABO(ABObama) 정책을 활용하여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폐기 이후 채울 트럼프 외교정책에 한국의 이익을 투입(input)시켜서 사드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오바마의 한미일 3각동맹 체제를 한미동맹 체제(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동북아 안보체제구축)로 변환시켜야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