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혁과제] 외교안보①정의용 실장·강경화 장관, 한미 ‘실용적 동맹관계’로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이종수 행정대학원 교수)은 ‘새정부의 혁신방향과 전략’을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5차에 걸쳐 기획세미나를 엽니다. 이번 세미나에선 △한미동맹의 재창조 △행정-입법 관계 및 정당·선거제도 발전 △정부 개혁 △공기업 혁신 △국정원 및 검찰 개편 등의 5개 분야에 학계·언론계·법조계 전문가가 참여해 발제 및 토론을 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16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한 한반도평화구축’ 발제문을 4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요한가? “전쟁은 워싱턴에서 결정되었다” 월남전에서 전쟁은 월남의 정글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베트남 정글전투에서는 미군이 항상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겼다. 그러나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 진 것은 워싱턴에서 국제정치가 국내정치화되었기 때문이다. 반전시위, 상하원 의원들의 월남전 반대가 재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평가가 월남전을 종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위의 인용문은 북한문제·중국문제를 푸는 데 ‘워싱턴 외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경구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동맹국이나 적대국 모두 워싱턴 외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접근방법은 친미주의 대 반미주의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워싱턴에서의 외교적 승리를 통해 북한과 중국문제를 해결하려는 용미주의(用美主義) 외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목표는 ‘제2기 햇볕정책’(Sunshine Policy II or Neo-Sunshine Policy)을 통한 ‘한반도 평화 만들기’(Crafting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이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기본수단은 한미동맹의 강화 또는 한미동맹의 재창조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먼저 북한에 가서 김정은과 대화해서 북한문제를 풀고 평화를 회복하겠다”고 했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가급적 빠른 시일에 만나 한반도 문제 해법을 공동으로 찾겠다”고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문재인 후보는 미국의 동의와 협조 없이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미정상회담을 먼저 추진하고 두 동맹국이 합의한 해법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선다는 ‘워싱턴 외교’를 최우선 순위를 놓은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전에 당선된 그날 트럼프는 문재인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동맹은 “위대한 동맹”(great alliance)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였다. 지난 5년간 박근혜 정권이 경중안미(經中安美)라는 이름 하에 중국우대 정책을 펴면서 소원해졌던 미국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될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본 발표에서는 먼저, 한국과 미국의 새 대통령인 문재인과 트럼프의 외교정책의 기본 원리를 살펴보고, 둘째, ‘워싱턴 외교’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 또는 재창조하고, 강화된 한미동맹을 이용하여 중국·북한·일본과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을 이루어내는 방법에 관해 논의할 것이다. 셋째, 문재인 외교의 목표인 ①한미동맹 강화 ②대북 스마트 포용정책(햇볕정책 2기) ③대중 실용적 동반자 정책 ④대일 이익공유 근린국가 정책을 ‘워싱턴 외교’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대통령은 문재인-트럼프 외교를 통해 현재 한미현안인 사드배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문제,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평화조약협상의 병행추진 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관해 전망하려고 한다.

“바보야, 문제는 외교다!” 남북문제, 북핵, 사드, 위안부 등의 대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은 외교다. 문재인대통령은 강소국 고려가 중국의 요라는 군사대국을 상대로 외교로 문제를 해결한 고려 재상처럼 ‘서희 외교’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세력균형을 통해 자주와 자립을 달성하는 방법에는 “내적 균형”(internal balancing) 전략과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 전략이 있다. 북한은 내적균형 전략을 채택하여 자력갱생을 추구하고 있으나, 한국은 외적균형 전략 즉 한미동맹이라는 외부의 힘을 빌리고 보태어 중국, 북한, 일본과 균형을 취하는 외적균형 전략을 취해서 안보와 번영을 만들었다.

한국이 외적균형 전략을 통해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았고,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지 않았으며, 중국이 북한을 옛 변방의 고토였던 고구려의 일부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이 약해지고 이완될 때마다 동북아의 이웃세력이 세력균형을 깨고 한국을 장기판의 졸로 여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한미동맹은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자립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립을 해치는 것이고,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주를 부르짖는 것은 한국을 덜 자주적인 나라로 전락하게 만드는 길이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에 맞는 한미동맹의 혁신(reinventing)이 있어야 한다.

첫째, 트럼프 시대에 맞게 가치와 이념에 기반한 동맹(value and interest based alliance)에서 이익에 기반한 실용적 동맹(national interest based alliance)으로 변환하여 한미동맹을 한국의 안전과 번영의 중심기둥으로 만들어야한다. 새 시대에 한미가 공유해야 할 문제의식은 “한국의 안보와 번영은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재창조에서 유의해야할 점은 자주와 동맹은 상호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선택친화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할수록 중국과 일본·북한·미국으로부터 더 자주적·자립적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미국을 뒷심으로 해서 중국·일본·러시아·북한에 대해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전쟁방지책, 한반도 평화구축론에 동의하고 협조하라고 과감히 요구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 가장 강력했을 때 초강대국 미국의 등을 없고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대해 가장 자주적일 수 있었다(狐假虎威論). 한미동맹이 강력했을 때 중국과 일본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발언은 없었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마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내정에 간섭하려 했다. 왜냐하면, 여우(한국) 뒤에 있는 호랑이(미국)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가 도움 받아야 할 힘과 위엄이 있는 호랑이다.

따라서 문재인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반석 위에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전쟁위기를 돌파하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6월 한미정상회담이 좋은 기회다. 안보에는 여도 야도, 보수도 진보도 없다. 안보문제는 초당적으로 해결할 문제이고 전국민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당파적·정치적 이익실현을 위한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박근혜정권이 외교에서 무능을 보임으로써 우리는 모든 레버리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트럼프가 남중국해를 중국에 양보하고 중국이 북한핵 문제를 아웃소싱하는 거래를 이미 성사시키고 있고, 미중 간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원칙에 사실상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는 이 세기적 거래에서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중 간의 세기적 거래에서 제외되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

박근혜정권은 우리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다 태워버렸다. 제갈량과 모택동은 촉(?) 잔도(棧道, 다니기 힘든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듯이 하여 만든 길)를 태워버림으로써 적의 거센 공격을 일단 피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나, 우리 적폐정권은 개성공단·금강산·대륙횡단철도·나진개발 등 우리가 갖고 있던 레버리지를 트럼프가 등장할 것을 예측도 못한 채 태워버렸다. 또 오바마의 제재와 압박정책(전략적 인내)에 편승한 결과 현재의 외교 대회전에서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곤궁해졌고, 정권교체기에 한국이 “협상당사자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한국제치기’(Korea passing)이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코리아 패싱에서 코리아 이니시에이팅(Korea initiating)으로 전환시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북정책은 창조적 (스마트) 포용정책을 채택하고, 먼 나라 미국의 ‘워싱턴 외교’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제어하는 ‘遠交近攻’ 또는 ‘狐假虎威’ 전략을 통해 미국의 힘을 빌어서 중국과 일본과 외적균형(external balancing)을 구축하여 대외적 자주국가를 달성하는 ‘동맹을 통한 자주’를 외교목표로 추구해야 한다.

‘한국제치기’(Korea passing)에서 벗어나 ‘한국 주도하기’ 외교를 하기 위해서 한국은 대외 협상 레버리지를 키워야한다. 한국이 외교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이념을 초월하여 트럼프의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여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을 능가하는 미영동맹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힘을 업고 중국·일본·북한과 협상할 수 있어야한다. 냉전기에는 외적균형 수단밖에 없었으나 냉전 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나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중강국이 된 한국은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 스티키 파워(점성권력)를 가진 내적 균형수단도 갖게 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은 한국이 외적균형 수단과 내적균형 수단을 모두 갖춘 강력한 대한민국의 대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유·번영·평화가 꽃피는 한반도를 만드는데 헌신해야할 것이다.

충무공이 명량에서 이야기한 12척은 충무공의 기본 레버리지라고 봐야하겠지만, 충무공은 12척만 가지고 승리를 확신하지 않았고 다른 레베리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孟子가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고 했다. 충무공은 天時가 이미 도요토미의 병환으로 조선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고, 물살이 센 명량(鳴梁)의 지리의 잇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남해바다 전라·경상의 백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충무공이 조선해군을 돕는 人和의 레버리지가 있었다.

문재인대통령은 적폐정권이 칠전량해전의 원균처럼 외교 레버리지를 다 태워버렸지만, 天時·地利·人和의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등장으로 동아시아 안보지형이 불안정해져서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새 대통령에게 하늘이 내려준 천시의 이점이고, 동아시아의 십자로에서 위치한 한국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라는 지리의 잇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는 정통성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국민적 지지는 대외 협상에서 어떤 다른 수단보다도 위력이 큰 레버리지가 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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