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혁과제⑦]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 대통령?
[아시아엔=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기존 정부형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장기적 비전의 결여와 정책이 단기적으로만 추진되는 점이다. 즉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일 경우 임기 후반의 약 2년은 사실상 레임덕 단계에 빠져 실제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취임 후 약 3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둘째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이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구비했을 경우 ‘제왕적’이라 불릴 정도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 그 하나는 국회 과반을 넘는 여당이 존재하고, 대통령이 친대통령적인 계파를 통해 여당을 자신에게 종속시킬 때와 다른 하나는 대통령에 의해 검찰·국정원·경찰 등의 권력기관이 자의적으로 동원되고,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각종 정부기관과 공영기구들이 대통령의 자의적 통치에 활용되는 경우다.
셋째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제왕적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매우 허약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야대여소 국회의 압박이 강할 때와 임기 후반 레임덕 등으로 인해 대통령 권력이 극히 약해져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경우도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안적 정부형태에 대한 검토
통상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내각제·이원정부제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대략적인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때 대통령제에 대해 살펴본다.?대통령제의 대안으로서는 미국식 순수대통령제와 그것의 일정한 변형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식 대통령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식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의 견제와 균형이 그 특징이다. 그런데 양자의 협력 없이 견제와 균형만으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특히 여소야대의 분할정부 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 동안 이를 완충했던 것은 약한 정당규율과 이를 통한 협치였다. 즉 민주당 온건파와 공화당 온건파는 수시로 반대당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의회와 대통령의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이고 따라서 양당제의 정당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다당제의 정당체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브라질식 대통령은 야당을 끌어들여 연합정부를 구성하여 국정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부패의 문제나 연정 붕괴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한다.
둘째, 내각제의 경우다.
내각제는 기본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 융합의 제도로 특정 정당이나 정당연합이 의회와 내각을 동시에 장악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각제 국가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를 채택할 경우 한 정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 총리와 내각을 견제하기란 쉽지 않다. ‘제왕적 총리제’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내각제 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으로, 영국의 수상은 흔히 ‘선출된 독재자’로 지칭된다.
내각제 국가에서 특정정당이나 수상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연합정부가 구성되거나 협의제(consociational) 의회의 전통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합정부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다당제 효과를 낳는 비례대표제가 채택돼야 하며, 협의제 의회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오랜 정치문화와 전통이 필요하다. 한편, 내각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뿌리 내린 정당정치의 발전, 직업공무원제의 정착 등의 요소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이원집정제를 본다.
이원집정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직선하는 대통령과 의회로부터 구성되는 총리 간에 권력이 분점되는 정부형태다. 따라서 이원집정제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다. 특히 대통령 소속 정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정부가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각 나라의 국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정부형태 개헌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나라들의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 그리고 국정 작동방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상과 같은 논의들을 감안했을 때 민주화 이후 채택되었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정부형태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것이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 대통령제’라 생각한다.
정부형태 대안의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될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안이 과연 우리의 정치문화와 잘 부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①우선 대안적 정부형태를 선택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집중된 권력이 자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권력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그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가능토록 만드는 한편, 그러한 권력의 분할 속에서도 권력 간 상호협력이 가능토록 하는 문제다. 사실 분할된 권력간 견제와 균형과 상호협력은 모순된 과제다. 그럼에도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호 모순적인 이 두 과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의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②다음으로 대안적 정부형태를 선택함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정부형태에 대한 국민의 선호다. 사실 한국의 정치문화는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보다는 대통령제에 더욱 친화적이다. 그것은 대통령제가 오랫동안 시행되어 이에 대한 국민의 친근감이 매우 크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그 동안 가장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했던 국민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직접 선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상과 같은 점들을 감안하여 제시될 수 있는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그 기본 개념은 과도한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는 한편 국회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을 보다 균형적으로 재조정하는 한편, 자치분권 개헌을 통한 중앙집중적인 권력을 축소시키고 지방의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양자간 권력을 균형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즉 수평적으로는 대통령과 국회간의 권력을, 수직적으로는 중앙과 지방간의 권력을 상호균형적으로 분배함으로써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제도를 통해 권력의 균형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회의원 총리제를 통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 균형과 협치다.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①여당 또는 여당 중심의 다수연합 추천의 총리를 임명하고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조각권이 아님)과 해임 건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경우다. 이 경우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 공유가 이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정부형태가 대통령제 또는 대통령과 여야당의 권력 공유가 이루어지는 소연정 형태의 대통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②다수당 또는 다수당 중심의 다수연합 추천의 총리를 임명하고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조각권이 아님)과 해임 건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경우로 대통령과 여야당(들)이 권력을 공유하는 대연정 형태의 대통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양원제를 통한 중앙과 지방간의 권력균형과 협치 문제다. 이 경우 자치분권 개헌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권력을 분산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앙과 지방의 상호 경쟁과 협력을 위해 양원제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원은 인구 대표성을 기준으로,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기준으로 구성될 경우, 상원은 지방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지방의 권력이 중앙의 권력과 상호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