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개혁과제] 외교안보④사드문제, 주한미군주둔비 ‘딜’로 풀릴 것

<사진=AP/뉴시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이종수 행정대학원 교수)은 ‘새정부의 혁신방향과 전략’을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5차에 걸쳐 기획세미나를 엽니다. 이번 세미나에선 △한미동맹의 재창조 △행정-입법 관계 및 정당·선거제도 발전 △정부 개혁 △공기업 혁신 △국정원 및 검찰 개편 등의 5개 분야에 학계·언론계·법조계 전문가가 참여해 발제 및 토론을 합니다. <아시아엔>은 지난 16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한 한반도평화구축’ 발제문을 4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사드배치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첫째 사드는 트럼프의 주요 외교주제가 아니며 둘째,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중 간의 외교현안이며 세째, 사드배치는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배치지역 주민들의 인권·재산권·환경권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면 배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첫째, 사드가 왜 트럼프의 주요 외교안보 주제가 아닌가 하면 사드배치가 오바마정부 때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초당적 외교와 외교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러한 초당적 외교, 외교의 연속성이 조지 부시 아들에 의해서 무너졌다. 소위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으로 부시는 클린턴이 한 정책이면 다 폐기하였다. 그래서 클린턴의 북한연착륙 정책도 계승되지 못하고 종결되었고,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도 거부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자 부시는 다시 대화정책으로 돌아섰고, 2005년 9.19합의, 2007년 2.13합의가 이루어졌다.

현재 논의되는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의 병행추진(투트랙)의 선행 모델이다. 그런데 오바마가 들어서자 북한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공약을 폐기하고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북한정권의 붕괴론에 입각한 압박과 제재로 일관했다. 오바마도 ABB(Anything But Bush)로 대북강경정책으로 일관한 것이다. 사드는 이런 배경과 오바마의 Pivot to Asia 정책의 지주인 한미일 3각동맹강화의 일환으로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과 함께 시도된 것이다. 아시아로의 이동이 아니라, 아시아로부터의 이동이라는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는 오바마의 사드배치에 사활을 걸 이유도 없고 적극 추진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미 배치되었으니 돈만 많이 주면 배치하지 않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트럼프 취임 후 사드에 관해 미지근한 태도를 취해왔고 사드문제를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방향(ABO, Pivot from Asia, Trumpism 이익에 기반한 외교)에서 사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중 간의 외교현안이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드요격미사일보다는 그 미사일을 움직이게 하는 레이더체제인데 중국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커버(cover)하고 있다는데 중국이 놀란 것이다. 반면 우리에게 사드는 고고도요격미사일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로부터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오히려 SM-3와 같은 이지스함에 장착된 해상요격미사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드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 중국이 몸이 달아서 미국과 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고 이때 우리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라고 하느냐?”고 미국을 다그치면 좀더 좋은 요격미사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사드를 해결하게 놓아두고 우리는 뒤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드배치는 배치 주민의 환경권·재산권·인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한다면 배치철회를 하는 대신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민주국가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과연 사드가 보호해야 할 자국의 국민의 인권, 환경권, 재산권까지 침해하면서까지 배치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본도 오끼나와 미군기지를 주민이 반대하니까 이전하지 못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민주주의에서는 앞서 나가고 있는데, 만약 주민의 의지에 반해서 사드배치를 강행한다면 우리 한국이 일본보다 민주주의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북한 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병행추진

주한미군이 배치한 사드가 전진배치용(1800-2000km)이 아닌 종말요격용(600km-1000km)이기 때문에 중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나 요격용 미사일이 항상 100% 정확히 맞추지 않는다는 것은 시리아전이나 이라크전, 중동전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북한을 요격하다 중국을 요격하여 동아시아 지역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면 우리 민족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비극이 된다. 그래서 비록 방어형이라고는 하나 패트리어트보다 공격적인 사드는 배치에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일부 주민들의 이익은 희생되어도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사고이다. 하찮은 국민의 생명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사람도 혼이 없는 하나의 경제적 상품으로 취급하고 비용계산으로 사드배치를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학에서는 국민은 항상 국가에 대해 요구하고 명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주권자이고, 국가는 주권자의 명령을 어길 수 없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리가 적용된다. 사드배치 지역 주민의 인권, 환경권, 재산권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가 민주정부다. 그러한 사드배치 지역주민의 뜻을 거슬러 배치를 하려면 먼저 주민과 소통하고 동의를 얻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국회동의, 또는 국민투표(referendum)에 부쳐야 한다. 경제학은 파레토 최적을 구하나, 정치학은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일반의사(general will)를 발견하고 일반의사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북핵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에도 핵심적인 의제라는 것은 한국·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비핵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전쟁·압박·제재 등의 방법도 있지만, 협상·타협·빅딜 등 다른 방법도 있다. 전쟁까지 고려하면서 북한비핵화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루터와 동시대의 에라스무스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가장 나쁜 평화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경구를 상기해야 한다.

에라스무스는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의 와중에서 전쟁의 참상을 몸소 보면서 전쟁을 막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보았다. 에라스무스는 그 이유로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전쟁의 비용에 비하면 너무나 작다는 ‘경제평화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에라스무스는 “필요하다면, 평화를 사라”고 권고했다. 평화를 돈 주고 사더라도 전쟁의 비용과 참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단순한 필부의 용기로 전쟁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식인과 사회 여론선도자들이 이런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호전적인 여론에 힘을 실어주어서는 더욱 안 된다. 호전적인 김정은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허쉬만이 이야기했듯이 “불가능한 조건하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노력(possibilism)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경제학자들의 기본 가정인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합리적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과 비핵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유인하고, 압박하고, 제재하고, 지원해야 한다.

대북안보태세 강화

적폐정권이 외교적 레버리지를 다 태워버렸으나 우리는 여전히 충무공이 있다. 원균이 칠전량에서 거북선을 비롯한 조선 해군의 레버리지를 다 태웠을 때, 아둔한 선조는 충무공에게 육군에 편입하라고 했으나 충무공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충절이 배어나오는 명구를 남겼다.

충무공이 명량에서 이야기한 12척은 충무공의 기본 레버리지라고 봐야하겠지만, 충무공은 12척만 가지고 승리를 확신하지 않았고 다른 레베리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맹자가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고 했다. 충무공은 天時가 이미 도요토미의 병환으로 조선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고, 물살이 센 명량이라는 지리의 잇점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남해 바닷가 백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충무공의 조선해군을 돕는 人和의 레버리지가 있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동아시아 안보지형이 불안정해져서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늘이 내려준 천시의 이점이고, 동아시아의 십자로에 위치한 한국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라는 지리의 잇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는 정통성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국민적 지지는 대외 협상에서 어떤 다른 수단보다도 위력이 큰 레버리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승격시켜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동맹’(New Era New Alliance), 스마트한 동맹으로 재창조 (reinventing)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배치, 주한미군주둔비용분담, 한미FTA 개정, 한일정보공유 없이 미국과의 정보공유강화와 같은 현안을 패키지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딜(거래)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드에 대한 대안은 많다. 주둔비분담금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사드배치 취소 그리고 다른 요격미사일 체제를 해상(이지스함)에서 구축하는 딜(거래)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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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이후의 한반도 평화론

그동안 평화를 위해 굳건한 안보를 지지해 온 보수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당과 정권이 얼마나 안보와 평화에 무능한가를 깨달았기 때문에, 5·9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대통령의 ‘평화 (또는 전쟁방지)를 통한 안보론’이 기존 보수세력의 ‘전쟁을 통한 안보’, ‘평화를 희생한 안보’(전쟁불사론)를 압도하여 문재인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보수의 전쟁불사론이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하여 한반도 평화를 지켜주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박근혜 국정농단에서 새롭게 인식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촛불 이전의 평화론과 촛불 이후의 평화론은 기본 프레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선거결과로 나타나 문재인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워싱턴 외교’를 통해 미국 조야에 퍼져있는 북한붕괴론을 소멸시키고, 스마트 포용정책에 따라 실용주의적으로 북한과 미국간에 북미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교환하는 빅딜을 하도록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의 파워엘리트와 김정은을 설득하는 가교국가(bridging state)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해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지 전쟁을 위한 동맹이 아니라는데” 대해 한미양국이 굳건한 합의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재창조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이래 다시 한반도 평화의 희망이 촛불처럼 타오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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