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트럼프와 한미 정상회담서 북한문제 어떻게 풀까?
[아시아엔=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수준이 높아져, 실험 그 자체로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관계국들의 반응도 민감해지고 있으며, 국제적인 대북 제재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강화와 상호작용하면, 북핵문제는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북핵문제는 통제불능의 위기로 치닫기 전에 평화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평화적 관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소를 위한 것이지만,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도발, 미국의 과잉예방, 그리고 오인이나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북핵위기의 고조는 위기해소의 기회로 전환되기도 한다. 북핵문제의 전개과정을 돌이켜 보면, 두 번의 해소기회는 위기 직후 찾아왔다. 첫 번째 기회는 1994년 10월 제네바 미-북 합의였다. 이것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극적으로 마련되었는데, 그 직전 클린턴 정부는 6월 초 대북 공격을 검토했고, 그 이전 IAEA사찰단이 북한에서 철수하고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된 상태였다. 두 번째 기회는 2007년 2월13일, 10.3의 6자회담 합의였는데, 이것은 2006년 10월 북한의 첫 번째 핵실험 직후 국제적 대북제재 강화의 긴박한 상황에서 협상을 통해 마련되었다.
이 두 기회는 양자회담과 다자회담 형식의 협상을 통한 합의였으며, 임시방편의 대응결과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진행된 미국이나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클린턴 정부는 1993년 북한의 NPT탈퇴 선언 직후부터 몇 차례 양자회담을 통해 일정한 합의틀을 논의했으며, 카터 방북을 계기로 형성된 합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주도성은 2005년 6자회담 9.19합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조치로 실행되지 못했지만, 부시 정부의 2006년 중간선거 패배로 네오콘이 약화되면서 2007년에 합의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위 두 사례를 기회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북핵사찰과 북한의 핵개발 동결 그리고 적대적이었던 관련국 간의 관계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 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북미 관계개선이 시도되었다. 2008년에는 북한의 영변핵시설 폭파와 핵시설 신고가 있었고,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실시된 중유지원이나 경제교류가 북한의 핵개발 비용으로 제공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핵개발 시설이나 인력이 갖추어진 경우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닌 만큼 그 타당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은 사찰이 중단되었던 교착상황에서 급속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우리는 어렵게 맞이했던 북핵위기 해소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첫 번째 기회에서 김영삼 정부는 한국이 배제된 1994년 미-북 제네바 회담에 대해 소극적이었고, 합의 이후 북한의 경제위기와 식량난은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를 강화시켜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시켰다. 또한 두 번째 기회였던 2007년 6자회담 합의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2008년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실행할 의사가 없었고, ‘비핵개방3000’전략을 제시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친 배경에는 시간이 북한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북핵해소에 주도적인 정부가 기회를 마련했지만, 소극적인 정부에 의해 그 합의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동맹상대국의 정권교체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사례가 김대중 정부이다. 북핵문제 발생 이래 현재까지 한미관계에서 1998-2000년 김대중-클린턴 조합이 가장 우호적이었고, 북핵문제 해소에 두 정부 모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2000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조명록 국방위부위원장의 방미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그 효과는 부시정부의 등장과 함께 약화되어, 2001년 9.11테러 이후 긴장이 고조되다가 결국 2002년 켈리특사 방북을 계기로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했다. 한미 정부 조합은 북핵문제 전개에서 중요한 조건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모두 북핵문제 해소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달리 북핵문제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위협대상으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의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설정한 대북정책과 달리 제재와 대화를 포함하여 주도적인 대응의지를 표방했다. 대응방식도 현재는 두 정부 동일하게 대북 협상카드를 꺼내지 않고 대북 제재조치에 주력하면서, 최종적으로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소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문재인-트럼프 조합은 김영삼-클린턴, 노무현-부시 정부 시기보다 북핵문제 해소에 우호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5월 26일 대북정책 기조를 선언했다. 그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불인정, 모든 대북 제재와 압박 동원, 북한의 체제변화 비추진, 최종적으로 대화로 해결 등 4가지이다. 그 이전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정권교체, 정권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 진격 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는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중단 등의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며, 지금은 대북 제재와 압박 시점이라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미 노르웨이에서 반관반민 형식의 대북접촉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대북정책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공약과 집권 후 발언 내용을 통해 그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압도적인 국방력을 전제로 북한의?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의?포괄적?추진, 북한과?미국을?포함한?관련당사국들의?동시?행동, 6자회담과?북미관계?개선유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집권 후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대화보다 제재를 강조하면서, 후보시기 제재와 협상 병행에서 일정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제제와 압박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문재인,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비슷하지만, 불분명한 차이점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보인다. 대북협상은 트럼프 정부에게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가능한 최종 수단이고, 대북제재는 문재인 정부에게 북한을 협상으로 조속히 이끌어내기 위한 압력수단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긴장을 최대한 고조시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은 긴장고조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며 대화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한 한미공조의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의 대화모색 결과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가 고려할 대상이 중국과 러시아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데탕트를 주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났으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불만에 대한 대응조치를 북핵대응 협조를 이유로 유예시켰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북접촉은 중국의 대북조치와 조율할 필요가 있으며, 사드 한국배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이며, 푸틴 대통령 또한 대북특사 파견의사를 표명하는 등 북핵문제 해소에 대한 참여의지가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 러시아 정부 모두 대화 조건 형성 없는 일방적인 대북 제재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위기로 반전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가령 김대중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급격한 위기심화로 치닫는 경우를 경험했다. 김대중 정부는 클린턴 정부 이후 집권한 부시정부에게 북한과 직접 대화를 촉구했는데, 미국의 켈리 특사 방북을 계기로 북미 제네바 합의가 폐기되고 제2차 북핵위기로 악화되었던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우 최대의 제재와 압박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성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조건에서 시도되는 대화에 대한 반발의 위험성도 있다. 그러므로 포괄적 수준에서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북핵해소의 큰 기회로 볼 수 있지만, 전략추진과정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위기요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