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작년 ‘9·9 전승철 참석’은 한중 외교관료의 농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냉전시대에 ‘4대국보장론’이 유행했다. 김대중이 8대 대통령선거에서 들고 나온 것인데 박정희는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미국·일본·중국·소련이 의견을 투합하여 한국의 안전을 보장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소련이나 중국이 한국을 분단 내지 핀란드화 하려는 책략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明은 임진왜란에서 조선 8도를 일본과 반씩 나누자고 했다. 러시아는 러일전쟁이 일어나기 앞서 일본과 39도선에서 한반도를 분할하자고 제의하였다. 2차대전 후 한국은 38도선에서 미국과 소련에 분할점령되었다. 스탈린이 나머지를 삼켜버리려 한 것이 한국전쟁이다. 트루만이 이를 꿰뚫어 보고 6·25가 터지자 즉각 참전을 결단하여 한국의 적화가 저지된 것이다.
소련은 망했으나, 한국을 핀란드화 하려는 중국의 야욕은 줄기차다. 사드와 관련하여 한국에 압력을 넣는 것은 이러한 책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중국은 크게 착각하고 있다. 중국 외교안보전략을 기획·운영하는 박사(博士), 대교(大校)들은 지도부를 기망(欺罔)하고 있다. 등소평이 지하에서 걱정할 일이다.
오늘날의 한국은 100년 전 조선이 아니다. 세계최강 미국과 동맹이다. 이 사실은 유사 이래 중국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현실이다. 중국은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근간 한국정부의 행실 가운데 중국의 헛된 기대를 자아낸 일이 있었다. 1950년 통일을 촌전에 가로막은 중국공산당의 자칭 전승절 행사에 한국 대통령이 참가한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한국과 중국의 외교부 관료들이 농간을 부렸을 가능성이 짙다. 국가전략의 기본은 지정학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국가전략의 근간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 9·9절 참여는 한때의 착오지 근본적인 국책의 변경은 아니다. 나아가 중국은 온 아시아를 번방(藩邦)으로 만들려 한다. 이것은 더 큰 오산이다. 필리핀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미얀마의 국가전략은 영국을 본받았다. 태국이 외교적으로 능굴능신(能屈能伸)하나 중국에 굽히지는 않는다. 태국은 중국보다 훨씬 전에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다.
중국 항모의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착륙하는 훈련에 이어 항모에서도 초도시험을 했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항모의 전력화를 보장 못한다. 함재기는 착륙지점이 50cm만 빗나가도 바다로 떨어진다. 수도 없이 작전에 참가한 미국 함재기 조종사들의 경험이다. 중국 항모는 이제 겨우 첫 출발이다. 그 능력을 과시한다고 욕심을 부리면 수많은 비행기와 조종사들이 헛되이 희생될 것이다.
독일 통일의 3걸은 바이제커 대통령, 콜 수상, 겐셔 외상이다. 이번에 타계한 발터 쉘 대통령도 같은 선상에 있다. 냉전시대 동독과 수교한 나라와는 어떠한 접근도 하지 않는다는 할슈타인원칙을 폐기한 사민당의 브란트 수상과 쉘 외상의 신동방정책은 오늘날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의 출발점이었다. 우리의 통일이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도 임기응변으로 즉응 대처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에 있어 통일준비는 이러한 지도자들을 발견하고, 키우며, 제 자리에 갖다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