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방위협정 다음 날 연합훈련한 핀란드 선택 왜?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채기획관] 핀란드와 미국이 방위협정을 체결한 지 하룻만인 8월 24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유럽의 안보지형을 크게 흔드는 일로 푸틴의 크림 침공이 몰고 온 후과(後果)다. 마치 1971년 키신저의 중국 방문과 같은 외교적 쿠데타에 해당하며 미국의 대유럽전략의 개가다. 왜냐하면 핀란드가 미국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19세기에 러시아의 속국이었다. 러시아는 발트 해의 안전을 위해 핀란드를 필요로 했다. 헬싱키와 페테르부르크는 바로 건너편이다. 핀란드는 러시아혁명 중에 독립을 얻었다. 독립 후 소련과의 2차례 전쟁을 치렀는데 용전했다. 산악지대에서 스키를 타고 신출귀몰하는 핀란드군에 소련군은 고전했다. 스탈린이 투하체프스키 원수 등 소련군 간부를 숙청하였는데 핀란드군은 만넬하임 원수의 지휘 하에 분전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소련군의 실력을 얕잡아본 히틀러의 독일군은 1940년 6월 프랑스 침공에 앞서 4월 노르웨이를 침공하였다. 이로써 2차대전이 시작되었다.
2차대전 후 핀란드는 소련과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맺은 뒤 소련 영향력 하에 들어갔으며 소련 붕괴 후에도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유지해왔다. 핀란드의 영토와 주권은 유지하되, 외교·안보에서 소련에 순응하는 핀란드화라고 하는 용어가 생겨난 경과다. 이러한 핀란드가 미국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될 때 유럽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핀란드가 미국과 방위협정을 맺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상상도 못한 최악이다. 역으로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의 놀라운 결과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춘근 박사는 “러시아의 ‘침략본능’에 불안을 느낀 핀란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을 국가생존의 새 파트너로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중국·러시아에 둘러싸인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안보전략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만넬하임은 핀란드가 독립하기 전 러시아의 기병중장이었는데 독립 후에 핀란드군을 건설하였다. 소련군이 고전한 것도 러시아를 잘 아는 만넬하임이 지휘한 덕분이다. 만넬하임은 후에 대통령이 되었는데 만넬하임의 존재 자체가 소련이 핀란드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헬싱키의 만넬하임 기념관을 방문하면 소박한 야전침대와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의 야전전화기를 볼 수 있어 국가와 군의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는 조국에 바치는 애국적 찬가로 핀란드인을 독립을 위해 궐기하게 만들었다.
핀란드는 1905년 러시아를 격파한 일본에게서 독립의 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이었다. 이런 연고로 핀란드와 일본은 오늘날 밀접하다. 이제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유럽에서 핀란드와 동맹을 맺게 되었다. 러시아 하원 군사위원장은 “러시아와 나토 간 군사적 긴장해소를 위해 나토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제의한다. 대화 테이블에는 푸틀러(푸틴+히틀러)의 크림 강제병합부터 올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