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3NO 원칙’ 제안 美 핵과학자 해커박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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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해커박사! 북한이 우라늄 핵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공식화했고 지그프리드 해커박사는 그 메신저가 되었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10년 전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보았던 분이군요. ‘동북아 제한적 비핵지대화 회의’에서 엔디콧트 박사가 귀하를 “미국에서 핵을 처음 만든 로스 알라모 연구소의 소장을 지낸 분”이라고 소개하던 기억이 납니다. 핵의 기술적 측면과 역사에 대해서는 알파로부터 오메가까지 정통하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란 것인데, 그런 귀하가 갈루치의 득의의 제네바 북미합의를 미친 짓(ridiculous)이라고 단언하는 것을 듣고 놀랐지요.

그런 장치로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능력을 묶어 놓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나이브한 것인가를, 정치·외교 측면이 아닌, 기술적 측면에서 확언하는 귀하를 보고 당시 DJ의 햇볕정책 하에서 제네바합의를 긍정적으로 보려하던 한국정부의 정보 및 판단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어서 주목하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그 후 제네바 합의가 공수표가 되고 북미회담, 6자회담 등 경로를 거치면서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되고 이제 핵국가로 인정받아 ‘강성대국’이 되는 것만 남은 현실을 보면서 그 때 귀하가 하던 말이 무슨 뜻이었던가를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으로 핵을 만들려한다는 것은 2002년 이래 공공연한 정보였고 한국의 지난 정부에서 이를 공연시하지 않았을 따름으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그 대책도 별다른 것이 나올 리가 없지요.

대책이라?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현재의 북한체제가 존속되는 한 어떤 외교·군사 대책도 별무 효과라는 것은 이미 내려진 결론이지요. 중국의 압력? 중국이 이를 떠맡을 리도 없고 오히려 미국이 여기에 매달려 다른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동안에 중국은 아프리카로, 남미로 뻗어 나가 초강국이 되는 걸음마를 하겠다고 합니다.

미국이 전율(戰慄)하고 있는 것은 북한핵이 이란 등을 거쳐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미국은 조만간 북한과 핵군축회담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달러를 갈취하면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끝이 난다”는 것이 김정일의 계산인데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의 대비는? 미국 핵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의지, 능력, 소통을 계속 진화시키는 이외 다른 방법이 없지요.

이제야말로 북한의 계산 행태를 이만큼 지켜보고 경험했으면 이를 다루는 데도 道가 통해야 합니다. 그것은 이렇습니다.

첫째, 놀라지 말라. 이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야말로 정일에 놀아나는 것이다. 둘째, 김일성 왕조가 끝장나기까지 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이라. 셋째, 김정일의 돈줄은 계속 조이면서 김정일이 협상으로 나올 카드를 찾아 공세(예: 선전전)를 취하라. 수비만으로는 절대로 전쟁에 이길 수 없다. 레이건이 소련을 해체시키던 전략을 적용하라. 넷째, 중국에 기대하지도 의존하지도 말고 오히려 중국을 몰아붙이라. 이 역시 레이건처럼 중국이 못 견디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라.

해커 박사의 ‘3No 정책’을 한 축으로, 한국정부의 강경책을 한 축으로 일관되게 밀어붙이면 북핵문제의 해결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미국은 핵이 문제이나 우리는 북한 체제 진화가 통일의 조건이요 관건이니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같을 필요는 없을 것이지요.

해커 박사, 이해가 되십니까? 언제 또 만나길 바라면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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