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박근혜 손 슬그머니 빼던 김연아 “이유 있었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김연아가 청와대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슬그머니 빼는 광경이 포착되었다. 김연아는 이세돌과 함께 70억 인류의 1인자, ‘top of the world’다. 국가원수(head of state)인 박 대통령의 손을 잡는다고 하여 영광스러울 김연아가 아니다. “이 할머니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데 내 손은 왜 잡지?” 하는 마음이 읽혀진다. 권위에 쉽사리 묵종하지 않는 요새 젊은이들의 기질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다.
김연아가 그동안 스포츠 영웅에 선정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최순실이 주관했던 늘품체조 시연회에 출연하지 않아 미움을 산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시연회에 출연한 손연재가 난데없이 누리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박태환이 김종 문체부 2차관의 압력을 받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가 리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다행히 박태환은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이번 아시아대회에서 4관왕이 되어 여전히 강자임을 증명했다.
김연아나 박태환이나 보기 드문 국민적 영웅인데 이런 야료가 나오니 문체부를 아예 없애버려야 체육이 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의 관장분야는 방대하다. 문화·체육 뿐 아니라 관광도 포함된다. 문화에는 종교도 포함된다. 이런 문체부가 만들어진 것은 부처 숫자를 줄이라는 박근혜 당선자의 주문이었다. 문체부가 두 명의 차관을 두고 있는 이유다.
제럴드 포드는 걸어가면서 껌을 씹지 못한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의 뒤를 이어 ‘선거 없이 대통령이 된’ 포드를 비아냥대는 말이다. 포드가 이처럼 미국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은 것은 대통령에 오르면서 온 국민의 미움을 산 닉슨을 사면해주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겠다고 하니 박지원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다 된 양 행동한다”고 꼬집는다. 추미애가 난데없이 양자회담을 제기했다가 당내의 반대에 부딪쳐 철회하는 벼락을 맞은 것은 부산에 몰아닥치는 태풍을 피하려는 문재인의 주문을 받아 대통령과 모종의 딜을 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 중간발표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형사 피의자가 된 박 대통령이 더 이상 검찰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어차피 검찰이 아니더라도 특검이 진행되면 비리는 줄줄이 폭로될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될 때까지, 극단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게 되면 박근혜는 퇴임 후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의 전례가 있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특검과 함께 국정조사도 진행될 것이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계속 국민의 심금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차라리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이 까발려져 척결하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이다. 이화여대와 문체부의 난맥도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 이게 정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