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유진룡 같은 장관 어디 또 없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동아일보> 허문명 논설위원이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극찬했다.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도 흔들리지 않고 ‘할 바는 하는’ 국방부의 자세를 높이 산 것이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만나 통과되지 않은 사안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놀랍게도 이 안건은 차관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것을 국무회의에 집어넣으려 하다가 들통이 났다. 국민감정이 예민한 일본과 관련된 군사에 관한 사안을 뭐가 그리 그렇게 급해서 차관회의도 통과시키지 않고 국무회의에 집어넣으려 했는가?
여론이 비등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보류시켰다. 이것은 대형사고였다. 반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은 안건을 국무회의에 올린 것은 일차적으로 국방부 차관, 기획관리실장의 잘못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것이 가능토록 한 것은 총리 국무조정실장이 철저히 통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이나 총리는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은 안건이 국무회의에 올라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일본 측과 서명하기로 한 날짜는 가까워졌는데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무회의가 다가왔다. 차관회의는 매주 목요일, 국무회의는 화요일에 열린다. 이번 국무회의를 놓치면 그 다음 주 화요일까지 열흘이 걸린다. 이걸 피하려고 요령을 피우려다 걸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는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적는데 집중하는 봉숭아학당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가 돌아가는 것은 차관회의에서 걸러질 것은 다 걸러지기 때문이다.
차관은 실무의 총책이다. 차관회의를 거치면 실무 조정사항은 충분히 검토된다. 국무회의는 헌법에 규정된 기구요 절차다. 정부 부처에서는 기획관리실장이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담당한다. 내각책임제의 정부에서는 정무차관, 사무차관, 차관이 둘이다. 정무차관은 국회의원으로 내각에 따라서 수시로 바뀌나 사무차관은 관료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사무차관을 PUS(Permanent Under secretary)라고 한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제국과 일본에서 자주 내각이 바뀌어도 튼튼한 관료제가 국정을 버티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에서 우리 관료는 이처럼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모두 대통령이 시킨 일이라고 발뺌을 한다. 홀로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려 했던 유진룡 문광부장관이 전격 해임된 것은 보여주는 바가 크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방부에서 중령 실무자부터 국장, 장관에 이르기까지 국회업무로 단련되었다. 그는 밟아야 할 절차를 충분히 밟았을 것이다. 야당은 국방부가 국민의 이해를 충분히 구해야 했다고 하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까지 올라간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차관회의, 국무회의 절차를 제대로 밟은 것은 물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경주했다. <동아일보>에서 한민구 장관을 치하한 것은 어디 줄을 서야할 지 잔머리나 굴리는 중에 국방부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신뢰요 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