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칼럼] ‘국방부 문민화’ 언제 가능할까?···’위기의 장군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위기의 장군들>이라는 책을 보았다. 첫 눈에 고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대장 군복에 보병 뱃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장군은 병과가 없다. 이것은 장교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 상식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언론인과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근무 등으로 군과 국방문제에 군인을 포함하여 누구보다도 해박하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군사전문가’들도 군의 기초를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겸손해야 한다. 다양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제 시간이 지나 더 밝혀진 진실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척 유용하다.
‘국방부의 문민화’는 많은 사람이 입에 달고 다닌다. 국방장관에 민간인이 오는 것이 문민화의 본질이 아니다. 헌팅톤이 <군인과 국가>에서 정립했듯이 국방장관은 ‘정책전략가(policy strategist) 군의 대변자(military spokesman), 기업경영자적 역할(business manager)’의 자질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공직자’로 칭송받은 게이츠 장관 같은 문민 국방장관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국가를 경영할 사람은 오랜 주목과 검증을 통하여 최고의 국방장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통수권자 대리’로서 분초를 다투는 상황을 판단하고, 수십조를 쓰는 거대조직을 잘 관리해줄 국방장관을 잘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관은 장관이 고르도록 해야 된다. 최고의 재무관료였으나, 전차와 장갑차를 구별하지 못하는 인사를 차관으로 내려 보낸 김영삼 정부의 ‘국방부 문민화’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다. 차관보와 국장은 장·차관이 협의하여 고르면 된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을 잘 골라야 한다. 특히 통수권자 대리로서 상황판단에 급한 장관은 적시적으로 군사적 보좌를 할 수 있는 합참의장을 잘 골라야 한다. 현재 평시 작전통제권은 우리 합참이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당시와 같이 언제고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관과의 적시적 협조는 여전히 중요하다. 대통령의 통수의도를 명확히 받들고 한미작전협조를 거쳐 작전을 수행하는 합참의장은 그래서 중요하다. 서해교전 당시 합참의장에 국방부, 합참, 연합사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대장을 발탁한 대통령의 인사 부적절에 대해서는 별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각군의 진급은 참모총장의 추천을 받아, 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결재하도록 되어 있다. 즉 진급은 진급추천위원회로부터 시작한다. 이 절차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청와대나 정치권, 기자들에 정신을 팔고 추파를 던지는 정치군인들이 선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가 우수한가, 유능한가, 훌륭한가는 수십년 고락을 같이 해온 선배, 동기, 후배들이 제일 잘 안다.
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 되었을 때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자신과 근무인연이 있는 군 인맥이 호가호위하지 않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한국 사람의 큰 취약점의 하나는 정에 약하다는 것이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도록 훈련받아온 장군도 자칫 이 수렁에 빠진다.
여러모로 <위기의 장군들>은 장군들에게 뼈아픈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