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빠른 ‘김정은 압박’ 쌍두마차···대북확성기로 ‘백세인생’ 틀고 시진핑이 직접 설득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지금까지 중국이 김정은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는 틀렸다. 말로 타이르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애들에게나 통할 일이다.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소용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래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레이건은 전두환을 알아보았다. 전두환은 김대중 사형 집행중지라는 카드로 레이건의 체면을 살리면서 그때까지 진척되어 있던 모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했다. 오늘날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만 매달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국 정부의 전환기를 맞아 이를 파고드는 전두환의 외교적 기동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김정은도 전두환에 뒤떨어지지 않는 재빠름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 엘리트는 오랫동안 미국을 상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1950년대 정전회담에서 유엔군을 농락하던 때로부터 최근의 핵 협상까지 무궁무진한 노하우가 비축되어 있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서방이 그동안 북한이 쌓아 올린 심리전의 포로가 된 것의 반증이다.

최근 8.25 남북합의는 북한도 치명적 약점이 있을 때 이를 노리는 협상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김정은은 계산(reckoning)이 빠르다. 서방에서의 표현으로는, 충분히 합리적(reasonable)이다.

중국의 시진핑은 계산이 빠른 김정은을 상대로 결판을 내야 한다. 4자회담과 같이 아래를 시키지 말고 김정은을 불러내 직접 설득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유대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설득시켜야 한다.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내부적으로는 필요하더라도, 그 고집으로는 현재의 궁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관계였던 “쿠바도 미국과 화해한 것을 보라”고 적시할 수 있다.

중국이 등소평의 개혁 개방 이후 미국을 어떻게 활용하여 현재의 부강을 이루었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김정일이 심천을 보고 상전벽해 경천동지(桑田碧海 驚天動地)할 만하다고 했던 충격을 김정은도 느끼게끔 해야 한다. 김정은이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보고 생각한 것과, 책임을 지고 있는 지금에는 이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이다.

한마디로 김정은을 교육시키는 책임은 시진핑에 달려 있다. 시진핑은 여기까지는 김정은을 움직이도록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반면, 한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는 이대로 간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심한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은 적절했다.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겠다”는 일기예보나, 유행하는 ‘백세인생’이나 틀어주면 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적 수소폭탄이다. 일방, 미국과 국제사회, 유엔 안보리는 공언했던 대로 외교, 경제 제재를 취한다. 이제 중국도 채찍을 들 때가 왔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이유로 “필요한 때에 영향력(leverage)을 발휘하려면 서방과 같이 똑 같이 채찍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변명해왔으나, 이제는 중국도 김정은에 원유 공급중단 등을 미룰 수 없는 형편이라는 최후통첩을 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김정은의 유고가 없는 한 그를 깨우치는 것이다. 이것은 13억의 지도자 시진핑 몫이다. 중국도 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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