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국방 핫라인 ‘먹통’···시진핑이 주은래에 배워야 할 것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54년 한국전쟁의 종결을 위한 정치회담을 위한 제네바 회의가 열렸다. 중국에서는 주은래가 참석하였는데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는 악수를 청한 주은래의 손을 차갑게 거절하였다. 그럼에도 주은래는 잔잔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국제외교 무대에 등장한 주은래의 승리였다. 덜레스가 보인 세련되지 못한 태도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풍비박산 후퇴한 미군의 낭패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주은래는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주미 파키스탄 대사를 통하여 중공이 개입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였으나 미국은 일축하였다. 맥아더 장군은 서울을 수복한 1군단을 원산 상륙작전에 돌림으로써 8군과 1군단 사이에는 150km의 공백을 생기게 되고, 중공군은 여기에 파고들어 미군은 군우리와 장진호에서 치욕적 패배를 당했던 것이다.

키신저는 주은래를 평하여 “60여년의 공직생활을 통하여 나는 주은래보다 더 강열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키는 작지만 우아한 자태며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번득이는 눈빛으로 그는 탁월한 지성과 품성으로 좌중을 압도했으며 읽을 수 없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고 하였다.

지난 연말 개통한 한중 국방장관 핫라인이 먹통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의 중국 지도층은 ‘경애하는 총리’를 따라가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외 다름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불만이지만, 우선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좇아가기만 해도 될 텐데 핫라인을 먹통으로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NSC에 보고한 후에, 정보본부의 해외정보부장, 또는 무관연락과장을 시켜 중국 무관에 한중 국방장관 하트 라인이 단절되었음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은 오히려 한국에 전개된 B-52 등 미국의 전략자산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것은 틀린 것이다. 미중관계의 물꼬를 튼 키신저는 주요 2개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중국은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공진화(共進化) 관계를 맺어야 하며 세계무대에서의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가능하면 협력하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관계를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현재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키신저가 제시하였듯 미국과 발을 맞출 때이다.

북한 핵은 언제 중국을 겨눌지 모른다. 1979년 제4차 월남전에서 월맹군은 교훈을 가르쳐주겠다고 개입한 등소평의 중국군을 일도패지(一敗塗地)시켰다. 실수든 고의든, 북한에서 신장(新疆)과 서정(西藏)의 독립운동가에 흘러들어간 핵 물질이 베이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중국이 한만국경 일대에서 핵실험 분진을 포집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북한 핵에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이 공산독재국가라고 하나,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준수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듯 인민의 불안을 언제까지 억누를 수는 없다.

중국 지도부가 주은래만큼 성숙되기까지 우리의 한중외교는 노력을 더 들여야 한다. 주은래 만한 인물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장학량이 전투를 격려하기 위해 온 장개석을 감금한 서안사변에서 장개석을 풀어주는 대신 소공전(剿共戰)을 중지토록 함으로써 중국공산당의 살 길을 찾았던 협상의 달인이었다. 시진핑은 주은래 만큼 능숙하게 김정은을 다루어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경애하는 총리’ 주은래의 지혜와 경험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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