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차 핵실험과 조선노동당창립70주년에 등장한 ‘핵배낭’은 어떤 관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 창립 70주년(북한은 조선로동당 창립 70주년으로 말함)에 등장한 핵 배낭이 최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또다시 관심이 되고 있다. 핵 배낭은 최고도의 핵 선진국만이 보유할 수 있다. 냉전이 한창인 때 미국과 소련이 극소형의 전술 핵무기로 개발하였을 뿐 프랑스, 영국, 중국은 개발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강대국의 티켓으로서 전략핵무기가 필요하였지 실제 사용을 위한 전술핵무기는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핵의 보유는 P5-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외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핵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형화의 단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꿰뚫고 있는 미국으로서 북한의 핵개발 진도에 의심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번을 제외하고 세 차례 핵실험을 했다. 무언가 진도는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사 북한이 미국의 판단을 앞질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정도의 소형화에 성공하였는지, 핵 배낭을 만들 정도일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정말로 핵 배낭을 만들었는지, 아니면 종이가 들어 있는 모조품인지는 모르나, 김정은이 전략적 카드로서 핵 배낭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행사에서 분명히 보여주었다. 북한이 핵 배낭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문제가 된다. 핵 배낭이 소양강 댐이나 북한강 상류에서 폭발한다면 ‘서울 물바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음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70돌 행사에 당 서열 5위의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낸 것으로 표시는 되었지만, 이미 상당히 늦었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핵 개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북한 핵을 한반도 비핵화 명분으로 하여 미국 전술 핵을 철수시키는 카드로 써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이제 사정은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북한 핵 배낭이 위구르족 분리주의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략판단은 상대의 의지가 아니라 능력 분석을 우선한다. 의지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지만 능력은 實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한국은 각각 방법을 달리하여 김정은을 압박, 회유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인민’을 수도 없이 들먹였다. 북한 핵이 한국을 위협할 수는 있겠지만, 인민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8.25 남북합의에서 북한은 한국의 심리전 공세가 무서운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북한 지도층도 억제전략의 전제가 되는 합리적 계산(reasonable reckoning)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의 핵 게임은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치자. 이제는 제 값을 받기 위해 나서야 한다. 보상은 신속하고 획기적일 것이다.
세께 최대의 열병식은 일기관계로 제 시간에 시작되지 못했다. 2만의 장병과 수십만의 대중이 하늘만 쳐다보며 대기하고 있는 한심한 광경이 세계에 방송되었다. 김정은이 류윈산의 손목을 잡고 환호에 응답하는 모습도 세계가 보았다. 중국은 분명히 좀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중국, 미국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로 하는 손자병법을 활용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