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가토 기자, 무죄판결 만족하기 전 ‘허위사실 보도’ 부끄러워 해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판결문이 낭독되는 세 시간 내내 서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서 있다가 도중에 앉기도 무안하여 계속 서있었을 것인데, 내심 일본인의 곤조(根性)를 보여준다고 버텼을 것이다. 아무튼 기합은 톡톡히 받은 셈이다. 법원은 “세월호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관련 가토 다쓰야의 기사가 허위인 것은 인정되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비방목적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하였다”고 한다.
가토오는 사법상으로는 무죄이나, 언론인의 직업윤리로는 사형이나 종신형을 받은 것과 같다. 평소 기자는 특종 찾기에 온몸을 던지나, 기사가 팩트가 아니라면 끝장이다. 산케이신문이 앞으로 가토를 어떻게 처분할지 두고 보자. 여기에 일본 언론의 추이가 걸려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우익의 첨병이다. 백년 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 가운데는 일종의 대륙낭인인 언론인도 섞여 있었다. 연전의 구로다 가쓰히로도 그렇지만 한국말에 능통하고 한국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등은 극히 경계를 요한다.
일본이 군국주의의 압제에서 벗어나 ‘언론자유 운운’ 하며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것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무조건 항복하여 미국의 민주주의 교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내각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한국의 언론자유 운운’하며 반한감정을 선동하는 것도 일본이 꽤나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론은 아무 말이 없다. 영국 언론이 찰스나 다이아나에 대해 건드리는 정도의 언론자유를 누리기에는 일본 언론은 아직 멀었다. 한국이 가토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언론자유의 범주가 아니다. 그것은 양식의 범주다. 양식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양식의 범주에서 아직도 멀었다. 이번 판결이 ‘무죄’로 나온 것을 안도하기 전에 일본 내 유수의 언론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검찰이 가토가 비방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증빙할 자료를 더 모아 항소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이런 기자는 애초에 기소할 것도 없이 추방해 버렸어야 했다. 이런 문제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너무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검찰이 더 이상 가토 따위를 상대로 수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법원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데 있어 외교적 고려를 우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로써 근래에 썩 밝지 않은 한일관계가 개선된다면 나쁠 것도 없다. 허위 사실 보도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비방목적이 있었는가에 대해 엄정한 평결을 내린 점도 긍정적이다.
이석태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이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는 것은 특별법상 피할 수 없는 직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것도 법 이전에 양식의 문제다. 가토 등은 이런 구석을 파고드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민주사회의 기초는 ‘법 이전에 건전한 양식’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양국 사이의 누적한 문제도 정치, 법 이전에 양식으로 풀어야 한다.
산케이 사건을 계기로 한일 양국의 각 부분에서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