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소이부답’ 김종필 변명 끝났으니 평가받아야

[아시아엔=김국헌 군사학 박사] 김종필(JP)의 <중앙일보> 연재 ‘소이부답’(笑而不答)이 끝났다. 이제 그의 해명(변명?)이 끝났으니 평가를 하여보자. 민주화의 김영삼(YS) 김대중(DJ) 등 ‘양김’과 더불어, 또 박정희와 함께 산업화를 이룬 JP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기간에 이미 전설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YS에 이어 DJ가 호남정권을 연 것은 정권의 수평적 교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김태정 검찰총장이 DJ의 정치자금 수사를 그만 두도록 한 것은 누가 무어래도(이심전심으로라도) YS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김대중의 좌절은 호남인에게 말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를 가져와 정권교체가 불가능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전두환을 재판에 서게 한 전력이 있는 YS로서는 DJ가 집권했을 때 감옥에 가는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YS와 더불어 DJ에 결정적인 힘을 보탠 것은 DJP연합이었다. 한국정치에서 충청 표가 대권의 향배를 가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 DJP연합이었다.

‘笑而不答’에서는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해임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DJP연합이 깨졌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JP가 DJ진영에서의 임동원의 존재, 사상을 모르고 김대중을 지지하였던가? JP가 임동원을 간파한 후에야 김대중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결심을 하였다면 너무 늦었다. ‘피스 메이커’로서 임동원에 대해서는 김대중에 대한 평가와 같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남북통일이 흡수통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건전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정립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본방향에 충실하고 있는 한 그들의 통일전략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 핵을 방치한 햇볕정책의 실행에 있어서는 엄중히 비판받아야 한다. 김영삼이 집권 초기 “민족에 우선하는 것은 없다”면서 비전향장기수 이인모를 북송한 것은 김대중에 못지않은 통일지상주의의 산물이었고 그 이후 대북 러시의 시발이었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시위에 의해 공권력이 유린되었다. 조계사가 투쟁의 거점이 되고 있는데 공권력이 이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종교에 거슬리지 않으려 하는 정치권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 조계사 화쟁위원회가 민노총 위원장과 정부를 화쟁한다고 한다. 원효대사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화쟁(和諍)이다. 이런 거룩한 말을 이런 데 써서는 안 된다. 정치판과 종교계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DJP연합이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난장판의 씨를 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위구(危懼)를 지울 수 없다. 笑而不答에서는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이 없다.

JP가 장도영을 제거한 방법을 두고 선참후보(先斬後報)라며 아무런 반성을 보이지 않는 것도 씁쓸하다. 그때는 생각이 짧았지만, 결과적으로 12.12의 선례가 된 것은 죄송하다고 했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쿠데타 세력 내부에서의 엎치락뒤치락은 상례다. 그러나 국가의 기본을 뒤엎는 일이 자주 일어나서는 안 된다. 박정희 부의장이 장도영 측근 5기생들의 불온한 움직임들을 지적하며 장도영 의장과 담판하여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을까? 장도영도 의장이 시위소찬(尸位素餐)이며, 이집트의 나기브가 나세르에 의해 물러나듯이 자신도 마음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양김이 간 지금, JP는 아직도 笑而만이 있을 뿐 不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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