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서울 시위···공권력 확립·다양한 소통 없이 ‘역사는 제자리 걸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파리에서 IS에 의해 자행된 테러는 ‘2차 대전 후 프랑스에 대한 최악의 공격’일 뿐 아니라 인류전체에 대한 테러다. 톨레랑스도 좋지만 유럽에 대한 무슬림의 침투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독일의 메르켈 수상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EU 국가 중 앞장서는 것을 보고 ‘이것은 아닌데…’ 했다. 독일에도 터키인들이 수백만이 있는데, 다른 이슬람 국가와 달리 케말 파샤에 의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고 기본이 갖추어지도록 훈련된 국민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문제가 적지 않다. 무슬림이 오일 달러로 교회를 사서 중심에 파고드는 영국은 특히 문제다. 프랑스는 알제리를 식민지로 만든 이래 많은 무슬림이 이주해왔다. (프랑스어로 작품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까뮤는 본래 알제리인이다.) 이처럼 프랑스의 일부가 된 지성인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400만명에 달하는 무슬림의 대부분은 언제고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리스 경제의 파탄과 이에 대한 대처도 문제이려니와, EU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지나친 톨레랑스는 우려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정치지형은 이번 테러의 충격을 반영하여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테러를 탐지하려는 각국 정보기관의 협조가 강화될 것이고 여기서도 새삼 미국의 지도력이 부각될 것이다. 모든 국가는 평등하나, 세계 질서는 결국 도덕적, 물리적 힘을 가진 나라가 선도하기 때문이다. 안보를 넘어서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은 이런 성격을 갖는다.
14일 서울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경찰력의 충돌이 맞붙었다. 마침 이날은 대학입학 논술시험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시위 중인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이에 야당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했다. 시위대와 경찰 대응 등 당시 현장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법질서의 엄중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넘은 하원의원을 바로 수갑 채워 체포하는 미국 경찰의 법집행을 본받아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법이 보완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고 한다. 두 번의 집권 경험이 있는데도 이를 가로막고 있는 야당은 이 문제부터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앞장서서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결 원칙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혀를 깨물어야 한다. 통진당 해산과 달리 이에 대해서는 심리를 미루고 있는 헌법재판소도 각성해야 한다.
이번 집회에는 지역, 세대, 계층을 망라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모든 반대자들이 집결하였다. 특히 야당의 비례대표 의석으로 국회에 나왔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진당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국정교과서 문제는 한 구실에 불과하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반대자가 아니다.
캐나다의 신임 트뤼도 수상의 내각이 얼마나 다양하고, 젊고, 밝은가? 우리는 어째서 이러한 정부를 못 만드는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뒷받침하는 법질서와 공권력의 확립, 다양하고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정부와 사회만이 21세기 한국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개혁이고 경제성장이고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