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 상상력의 산물”···’오고쇼’ 박근혜-대통령 반기문, 야당 총리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아베의 뿌리는 조슈(長洲)다. 죠슈 번을 거느린 수위는 야마카타 아리토모(山縣有朋)다. 조슈 번은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서남군벌의 중심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항했던 서군의 주류로 그 번의 주축을 이루었던 하급무사들이 일으킨 것이 명치유신이다. 아리카타 아리토모는 가쓰라 타로오(桂 泰郞)-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 政毅)로 이어진다.
일본의 정치구조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덴노(천황)는 신이다. 그러나 실권은 쇼군에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를 세운 이에야스도 2대 장군 히데타다에 쇼군을 물려준 후 아무 관직이 아닌 오고쇼(大御所)로서 일본을 통할하였다. 야마카타 아리토모도 군의 오고쇼로 메이지 정부 내내 최고 지도자였다.
동양에는 이들 이외에도 오고쇼로 정치를 한 이들이 많다. 청의 서태후도 그 하나다. 싱가포르의 시니어 미니스터(Senior Minister) 리콴유도 마찬가지였다. 버마의 아웅산 수지도 이런 역할을 하려는 듯하다. 한국에서는 전두환이 이런 역할을 하려다가 1987년의 시민혁명을 만났다.
다섯 번에 걸친 ‘87년체제’를 통하여 우리 국민은 이제 제왕적 대통령제는 안 되겠다는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 개헌방향으로는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여론이 높지만,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이야기가 나온다. 친박의 핵심 홍문종 의원의 발언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는 청와대 고위층의 탄성은 의외로 내밀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외교 국방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내정은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맡는다는 구조는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서는 대통령제의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독일 통일을 이뤄낸 슈미트와 콜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제는 선진국의 대세인 의원내각제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것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정을 담당하나 비상시에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에 의한 통치도 가능하다. 내각제가 되든 이원집정부가 되든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이 구조 하에서는 대구 경북에 아성을 가진 세력이 국회의 중심이 되는 것은 쉽다.
박근혜 대통령은 호남의 김대중, 영남의 김영삼과 같은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TK 민심은 절대적이다. 대구 경북의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그리고 당선되기 위해 박근혜를 필요로 한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충청 민심은 항상 정권의 향방에 방향타였다. 충청 민심을 기반으로 한 반기문 총장과 TK의 맹주 박근혜의 연합은 안정적이다.
박근혜의 불통은 국민의 불안요소다. 그러나 매끄러운 반기문은 국민들에게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을 앞둔 마당에 국제무대에서의 반기문은 우리에게 귀중한 자산이다.
청와대 외교비서관시절부터 군의 최고 엘리트와 교유하여온 반기문은 군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데 있어서도 적임자다. 오고쇼 박근혜, 반기문 대통령, 총리는 실적을 보아 1~2년 만에 바뀔 수 있다. 김무성, 원희룡, 김문수 등 나아가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안희정, 김부겸, 박지원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퇴임 후 구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어찌 신기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