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은 한미동맹·외교는 한중친선···박근혜가 노태우 ‘북방외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

지난 10월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오바마 대통령
지난 10월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사는 천 년을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일본은 경악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역사는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만큼이나 굴곡이 많다. 프랑스는 중세 이후 유럽의 대국이었고 영국과 프랑스의 쟁투는 백년 전쟁 이후 끝이 없었다. 이 대립은 1815년 워털루 전역으로 나폴레옹이 몰락하여 결판이 나고 이후 백년간 영국의 우위는 확고해졌다. 이는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과 비교된다. 이후로 50년 동안 중국이 일본에 당한 오욕은 천년을 가도 변치 않을 것이다.

한중일 정상은 “We agreed to disagree”의 결론을 내더라도 자주 만나는 것이 의의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성신지교(誠信之交)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상호신뢰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한국과 일본은 냉전 시절의 소련과 같이 21세기에는 중국이 미국과 겨루는 나라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G-2는 미국인들이 중국을 과대 포장하는 것으로 막상 중국인들은 겉으로는 손을 휘젓고 있으나, 속으로는 이렇게 대접받고 싶어한다. 모택동이 1949년 10월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외쳤듯 “중국이 다시 일어섰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은 중국인의 이러한 정서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중국인들의 노력에도 달려 있다. 중국도 한국이 중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어도를 둘러싼 EEZ 관련 중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한국과 중국의 중간선이 아니라 배경되는 나라의 인구를 감안하여야 한다는 이론이 국제해양법조약 어디에 나오는 것인가? 이것은 막무가내(莫無可奈)다. 이런 자세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이해와 협조를 얻기는 어렵다.

현재 남중국해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일정한 현상유지에 들어간 것 같다. 태평양사령부는 미 군함이 주기적으로 이 해역을 항행하여 실체를 확인할 것이라고 하였고, 중국은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실탄사격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하나의 현상유지다. 일본은 미국을 좇아가고 있고, 심지어 한국을 압박하는 데서 미국을 대리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국제공론이 기준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우려하듯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가 아니라 중국 중시(重視)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김대중과 노무현 이래의 대미외교에서의 실수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고 있음을 통절히 반성해야 한다.

서울이 동북아의 브뤼셀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브뤼셀은 지리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중간에 있어 19세기부터 국제협상의 장으로 빈번히 활용돼 왔는데, 현재도 유럽공동체(EU)의 본부가 있어 유럽통합의 상징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해 왔다.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제주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이 동북아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다.

한국은 약소국이 아니라 중강국의 위상을 활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노태우 대통령은 공산권의 몰락과정에서 한국의 산업화된 국력을 활용하여 획기적인 북방외교를 펼쳤다. 이승만 대통령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 이만한 외교적 성과가 없었다. 한국은 이때만큼 탁월한 외교안보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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