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에 뒷걸음만 치는 세계사 교육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불교가 고구려에 들어온 것은 372년, 백제 384년, 신라 457년, 일본은 552년이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이 476년이다. 한반도에 고대문화가 유입되던 때 서양에서는 천년의 로마가 붕괴되었다. 세계사를 배우면 이것을 비교하여 알게 된다.
세계사는 서양사와 동양사로 나뉘어 가르친다. 서양사는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하나, 근세의 지리상의 발견 이후로는 영국과 프랑스 위주의 역사다. 동양사는 대부분 중국사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일본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가 보유한 조총의 숫자가 서양 전체와 맞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선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원인과 더불어, 충무공의 화포를 바탕으로 한 승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세계사에서 오리엔트, 중동에 관한 부분은 대부분 공백이다. 이래서는 프랑스인들이 “아프리카는 피레네부터 시작한다”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모른다. 사라센 제국이 스페인에서 물러난 것이 15세기이며 이때까지 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다. 이때 유럽은 암흑시대였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스페인이 세계에 보여준 문화는 영국, 프랑스와는 또 다른 서양문명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웠다.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 터키에 의해 무너진 것의 역사적 의미를 알면 오늘날 중동과 발칸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언어는 세계로 향하는 창이다. 세계사를 아는 것도 이와 같다. 중고교에서 제2외국어 교육과 세계사 교육이 소홀해지면 안 된다. 올바른 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고교에서 세계사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중학생들은 국사와 세계사를 합한 역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이래서는 국사교육도, 서양사교육도 빈약해진다. 각 과목이 적당한 깊이와 넓이, 폭을 갖도록 교과를 정비하여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당신은 서양 역사, 문물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아는 것이 많으냐”는 질문을 들었다.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라면 중고등학교 서양사와 지리 시간에 배웠던 기본이고 상식이었다. 지금 중고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가 ‘닥터’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한글전용은 당연하지만 한자 해독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우리 후계 세대가 동양 3국에서 수천년 동안 공유해오던 한자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해서야 어찌 기본교육을 제대로 시켰다고 볼 수 있겠는가?
‘올바른 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과서의 국정화’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올바른 국사교과서 만들기’를 ‘비정상의 정상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전선으로 보고 있다. 여야간 치열한 공방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